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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누구나 자신만의 한강이 필요하다

0. 요새 바빠서 쉴 시간이 없다보니 충동 조절이 잘 안된다. 대화하다가 갑자기 수위 높은 말을 내뱉어버린다던가 평상시라면 행동에 옮기지 않을 것들을 술김에 저지른 후 나중에 생각한다. 생각할 여유가 없는 탓이다.

 

1. 도망칠 곳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m은 오늘 점심을 함께 먹으며 말했고

난 도망칠 곳이 되어주거나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한 여유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만의 전투를 치르면서 산다.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전장도, 쉴수 있는 베이스 캠프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정 안되면 마지막 순간 도망친다.

어떤 일을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까지 해내보는 것은 용감한 일이지만,

그 일을 놓는 것도 그에 상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잠시 놓아두고 도망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어서, 어쩌면 난 더 불같이 몰입할 수 있는것 같다.


2. 곧 미국으로 떠나는 피터오빠와 함께 어제 밤새 술을 마셨다.

 

연남동에서 취준하고 학교다니며 인턴하던 시절 동네친구 피터오빠와 밤새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술을 마시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웃었다.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사람이고 공간이어서인지, 각자의 미숙한 모습을 드러내도 서로에게 거부감이 없었던것 같다.

 

이제 피터가 자기 길을 가기 위해 떠나고 나면, 난 스스로에게서 위안을 얻고 더 강해져야 하겠지.

 

3. 옛말에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다 화풀이한다고들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한강이 필요하다.

 

모든 순간 나는 강할 수가 없다.

모든걸 잊고 잠시 피해 있을, 잠시 피해서 미숙하든 오류가 있든

그저 자기 자신의 리듬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사람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난 용기있게 현실을 맞서는 것을 좋아하지만 늘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압박을 버텨내고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나와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한강을 찾고 때때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꺼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한강은 무엇인가요?

 

2019.08.19.Sun, 한강

 

 

이 글을 저에게 네버랜드가 되어줬던 피터와 도피처가 있다고 말해준 M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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