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새 테크 기반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개발 직군의 중요도가 떠오르는 동시에 비개발직군의 가치가 다소 폄하되는 것 같다. 애초에 개발-비개발으로 업무 셀을 나누는 것 자체가 그 많은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류인것 같기도 하고?
물론 극 초기 스타트업은 우선 제품을 만들어야하니까 비개발 직군의 필요성이 떨어지지만,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HR 세일즈 마케팅 경영기획 등등의 조직이 생성되었는데도 그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개발도 중요한 수레바퀴지만 다른 사업영역들도 비즈니스가 굴러가게하는 중요한 바퀴다.
1. 민수선배랑 이야기를 하다가 HR 직종의 본질을 고민하며 업무하는 조직이 많이 없는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민수선배는 대기업에서 HR 업종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HR 및 조직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세우고 있다. 전에는 고민하지 않던 것들을 넓고 길게 봐야하다보니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고 했다.
확실히 회사의 시스템을 이겨가며 새로운 이니시에이티브를 만들고, 매일 똑같은 업무를 하는 와중에 내가 이걸 왜하고, 넓은 뷰에서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액션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애초에 그런걸 가치있게 봐주는 컨택스트가 아니면 더하다. 세일즈 처럼 숫자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정치로 올라가거나 승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회사의 HR은 뭘해야되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잘 안 된다.
2. 과연 비개발업무는 사람이면 다 할수 있는 일일까? 할수는 있지만 잘하기는 어렵다. 정량적인 기술을 배우면 어느정도 평타는 칠수 있는 기술직과는 다르게 흐른다.
비즈니스 사이드의 직종은 사실 기술직이 아니다보니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지만 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데스크 리서치를 할 수 있지만 연구자의 주관이나 실력, 통찰력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다. 영업은 누구나 할수 있지만 실적을 잘 내는 것은 어려운 것처럼 HR 도 그렇고 마케팅도 그렇고 경영도 그렇다. 정성적인 업무의 속성은 그 업무를 잘하기 위한 더욱 많은 고민을 요구한다. 방법론을 배운다고 해서 잘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3. 기술을 배웠어야했는데, 이렇게 자기한탄 할 것 없다. 모든 업무는 전문직이다.
자기가 잘났고 그 업계에서의 구루가 되면 좋은 회사가 모셔 간다.
진짜 문제는 그 업무에서의 본질을 생각하며 파고들어가지 못하는 나 자신 또는 업무 환경이다.
조직문화는 보이지 않지만 큰 영향과 나아가 비즈니스의 결과를 판가름하며
인재채용과 교육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더 필수다. 예전 제조업 기반의 마인드로 교육 받았느냐 안받았느냐로 OX를 체크하는 걸로는 이제 부족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소위 "비개발직군" 근로자들의 업의 본질에 대한 추구와 회사 전반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과 경험들을 꾸준히 쌓아야함. 그리고 그런 경험담들을 커뮤니티화해서 모으고, manifesto와 같이 콘텐츠화 하면 좋을듯.
그런 의미에서 최근 마케팅/기획 사이드에서 어떻게 해야 더 일을 잘할수 있고 무엇이 업의본질인지 고민하는 뉴스레터, 클래스 101, 트레바리 류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다만 힙한 이미지에 절어서 다시금 업의 본질이 아닌 내가 어떻게 해야 멋진 사람으로 보일까로 편향되지 않길 바란다.
*원문 보기 >> brunch.co.kr/@jessiejisulee/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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