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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번아웃: 위로가 필요할 때

0. 최근 두어달 내내 평균 근무시간 60시간 언저리를 찍다가 지난주에 월~금만 72시간을 찍었다. 사실 금~토 넘어가는 새벽까지 일했고, 주말에도 계속 전화받고 업무 처리를 마저 했으니 대충 합해도 80시간이 좀 안되지 않았을까. 사실 말이 60~70시간이지 아침에 눈떠서 컴퓨터 앞에 앉고, 코로나가 덜 심해서 출근할때는 출근준비를 하고 통근을 하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집와서 마저 일하고...이 루틴이었던 것이 재택근무가 되니 더욱 심해진 느낌이랄까. 눈떠서 잠들기 직전까지 일하고 수면시간이 일때문에 미뤄지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1. 나만 힘들어! 라거나 누군가가 힘들다고 했을때 나도 이만큼이나 해. 나는 더 힘들어! 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와 비교를 해서가 아니라 그냥 절대적으로 소화하는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고 나에게 자꾸 떨어지거나 내가 involve되는 일들이 늘어가는 게 그저 지칠 뿐. 어쩌면 번아웃이 되기 직전이거나 이미 조금 된 것이 아닌가 싶다.

2. "<번아웃 증후군>이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서적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삼성서울병원).". 사실 증후군까지 가진 안고 그냥 말 그대로 burnt out 상태에 다다르기 직전인 것 같긴 하다. 몸이 망가지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체감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부위가 편도선과 손목/손가락. 직업병이려니 싶지만 아직 난 30대도 안되었는데?를 생각하면 정말 더 이상 이렇게 일하면 안될 것 같은데...싶기는 하다.

3. 이직제의가 없던 것은 아니다.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 여러번의 유혹이 있었고, 그렇지만 그때마다 프로젝트의 궤도화 및 같이 일한 동료 및 시니어에 대한 예의로 떠나는 것을 미뤄두다가 결국 눌러앉았다. 내가 그동안 경험한 프로젝트들이 그렇게 경력으로 칠만한 요소들은 적은데 딱히 skill enhancement에 해당하지도 않기에 주저한 것도 있다. 그러다가 문득 '아 이러다가 나 정말 망가지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아무리 바빠도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지! 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꾸조차 해주고 싶지 않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양쪽손목과 손가락이 모두 저리고 욱신거리고 만성 편도염이 생겨버려 2~3주에 한번씩 재발해 침을 삼키는 것조차 어려운데, 어줍잖은 조언을 할거면 차라리 입을 닿는 것이 낫다. 주말은 밀린잠을 청하고 손과 팔을 움직이는 것이 고통이기에 그저 가만히 좀 쉬어주기 바쁘다. 이것마저 안하면 정말 내 몸을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서.

5. 그럼에도 위로는 조금 받고 싶다. 당신은 충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이전 프로젝트에서 같이 일하신 분들이나 매니저에게 연락이 올 때 평가가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일하는데 안좋으면 이상한거지' 싶다가도 그냥 조금 뿌듯해지는 기분. 그래, 내가 그럼에도 일을 하는 이유는 내가 맡은 일을 무사히 마무리시키고자 하는 성취욕이 있기 때문. 

6. 그렇지만 워라밸은 중요하다. 나처럼 9시반까지 콜에 붙들려있으면 뭐하겠는가...오늘도 무수히 많은 콜들을 들어가고 일을 하다가 또 새벽 1시반부터 시작하는 글로벌 콜에 들어가야 한다. 유일한 희망은 이제 이게 얼마 남지 않았을...것이라는 것....대체휴가 쌓은것으로 12월 한달은 너끈히 쉴 듯 하다. 과연 내가 쉴 수 있겠는가 싶지만 에라 모르겠다.

7. 억지로 힘을 낼 필요는 없다. 힘이 빠지고 힘이 없을 때는 조금 쉬어가면 된다. 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스스로에게 한번쯤 stop sign을 내밀고 조금 쉬어가거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듯하다. 다만 코로나 시국에 하지말라는거 하는거 빼고는...

8. 문득 그냥 좀 많이 지쳐서...저녁?새벽?감성에 이 아티클을 올리는 데 언제 지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냥 음...누군가가 지나가다 본다면 세상이 이렇게 힘들고 가혹한건 당신에게만 그런게 아니라고 조금 위안을 줄 수 있으려나. 어쨌든, 진짜 조금 쉴 수 있으면 좋겠다.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병원비가 진짜 내 연봉만큼 불어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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