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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누구나 인박스에 안읽음 메일 100통쯤은 있잖아요

0. 큰 조직에 입사하고 겪은 많은 변화 중 하나는 팀워크와 포용력이 늘었다. 물론 전에비해서 늘었다는 이야기 스타트업이랑 공모전 같은 진흙탕 싸움에서는 될것 같은 것만 빠르게 건져서 가는 것만해도 벅찼다. 실제로 스타트업같이 런웨이 지키기 급급한 조직은 A급 인재들이 모인 A팀을 유지하려고 하고 인재 채용에 있어서 더 생각을 많이 함. (근데 사실 이건 필드의 특성이라기보다는 그냥 내 Capacity가 그것밖에 안됬던 것 같기도) 전에는 진짜 포용력이 없어서 일부러 포용력이 높은 친구들과 다녔다. 예를들어서 H 라던가.

H와의 대화를 주제로 한 글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48

 

그냥 하면 되지 않아?

★주의/근데 광고대행사 AE 혹은 직장 후배한테는 이 말 하면 안됨 | 0. H를 작년에 만났다. 눈치도 많이보고 피곤할 정도로 높은 기준을 맞추느라 불같이 사는 내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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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입이 왜 열정이 있냐면 아직 일이 없어서 열정이 있다라는 Black Joke 처럼 나는 잘 몰라서 답답했고 잘 몰라서 하고싶은게 많았다. 나쁜 건 아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모르니까 무식해서 그 커리어를 선택한다. 그게 뭔지 알고 커리어를 선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떤 수고로움이 있는지 낱낱이 알면 사실 이거 안하지.

 

1-1. 주니어에게 극대화된 권한을 부여하라는 인재경영 원칙처럼 주니어가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면서 - 더 정확하게는 어떤 Task를 책임을 맡아 진행하게 되면서- 그 조직에 대한 애증애정과 이해가 깊어진다.

나만해도 내가 바빠지면서 내 메일에 회신을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됨. 물론 각종 방법을 써서 답을 얻으려고 계속 푸시를 넣긴 하지만 감정적인 차원까지 가져와서 화를 내지는 않게 됬다. 애초에 그건 화낼 일이 아니었다.

 

 

2. 어렸을때는 성장하고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악바리같이 살았던 것 같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 지독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서 지금의 내가 여유를 가지게 된 거니까. 뭐 하여튼 그런 마음이 너무 컸던 시기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재수없을 정도로 걸러서 사귀었다.

 

인생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건 좋지만 그런 치열한 자세를 대규모 조직생활에 그대로 적용하는게 정답만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1년차를 너무 힘들게 겪어내고 나면서 들더라.

 

 

3. 젊은 회사들을 전전하며 나이 있는 분들과 일해본적이 없는데 그만큼 내가 못봤던 걸 좀 보게 된다. 가정을 꾸리는 것의 어려움과 소중함, 나이와 결혼 여부에 따라 사람이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나쁘고 좋고를 떠나 자연스러운 과정), 그럼 그런 사람들하고는 어떻게 인터랙션하는게 좋은지, 긴호흡에서 커리어는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와 커리어의 2차전 40대에는 내가 뭘하고 싶은지.

 

근데 그때나 지금이나, 회사의 여러 다른 삶을 사는 사람 모두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랑 안맞고 싫은 사람도 같이 일했을때 궁합이 잘 맞기도 한다. 근데 뭐 나랑 잘맞든 안맞든 일단 이사람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뭐 굳이 인본주의적인 관점으로 돌아가자기보다는 업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프로라는 생각으로 각자 존중을 하게 되더라.  일하는 것도 힘든데 굳이 그 외의 것으로 감정섞어 난리 칠 필요도 없고 상대방이 하는게 양이 안차면 그냥 내가 더 하면 된다.

 

우리 모두 인박스에 안읽음 메일 100통씩은 있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을 창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원문보기 >> brunch.co.kr/@jessiejisulee/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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