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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혹은 반대) 당신을위해

*원문보기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217

0. 언어가 언어 자체로 머무를 때가 아니라 나 자신의 안에서 울림을 줄때 사람은 언어에 영향을 받는다.

엄마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고 나한테 좀 더 살아봐야 한다고 항상 말했었는데

사실 난 이제까지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라는 말의 무게를 몰랐다.

그냥 적당히 많이 만나본 것 같았고 외국도 다녀봤고 또래보다 경험도 많다라고 나도모르게 자만하고 있었으니까.

 

1.그 말의 무게를 실감한 건 같은 조직내에서 나와 인생관, 직업관이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부터였다. 조직 내에서는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도, 가정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나처럼 일과 사랑에만 솔직하게 도전하면 되는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기에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제로투원> 같은 창업자의 책이, 구글전무 미키 김 인스타그램이, 야심이 많은 내 마음 속 목소리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말고 스킬업하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 메시지들을 꽤나 충실히 따르고 있는 편이지만,

성장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Safety zone을 벗어나려는 외로움과 고독함,

그리고 그렇지 않은 나와 다른 인생관의 사람들과 어떻게 협업해서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았다.

도전이 중요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상생하며 도전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성장 메시지의 가장 무책임한 맹점이 여기에 있다.

 

2. 최근 몇년 전부터 자신의 세이프티 넷을 벗어나 자신만의 도전을 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거나,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기존에 자신에게 익숙하던 조직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며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서 제일 많이 좌절하냐면 사람에서 제일 좌절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 니까.

 

협업해야 하는 사람들이 내 맘 같이 따라주지 않는다던가,

내가 이제까지 일해왔던 사람/내가 기대하는 동료상에 상대방이 부합하지 않는다던가,

난 계속해서 내 목표를 이뤄야 하는데 주변 상황이나 주변인들이 내 이해관계와 딱 부합하지 않는다던가,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이해를 해야 되는데 자기 사고 안에서 왜곡해서 이해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던가 등등 그런 것들.

 

대부분의 미디어와 주위의 메시지는 대기업-스타트업 이직 도전을 폄하하거나, 또는 박수를 친다.

이 글은 그 모든 폄하와 박수가 외면하는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의 협업 고민에 대한 위로이다.

 

2-1. 제일 많이 듣는 고민 시나리오는

-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했을 경우) 늘 열심히 사는사람들이랑 같이 있다가 대기업에 오니까 다들 워라밸만 따지고 심지어 어차피 같은 월급 적게 일하자 라는 분위기 속에서 같이 비즈니스 미션을 달성하는게 힘이 든다 /

안주하는 느낌도 들고 입사 전에 생각하던 거보다 대기업에 온다고 해서 엄청 배울 수 있는 건 또 아닌 것 같다. 배움을 좋아하는 환경도 아닌 것 같고.

 

-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경우) 뭔가 엄청 혁신적이고 재밌게 일하길 바랬는데 중구난방 일이 너무 안 된다. 각자 생각이 또 있어서 뭐 하자고 하면 잘 안 따라 준다. 한 팀으로 뭉쳐서 일 해야 하는데 어차피 자기 몫의 일 줄이려는 생각은 다 똑같더라. 대기업보다 상황은 더 안 좋은데...

 

등등. 물론 상황은 다 개별적이라서 아닐 수도 있지만,

재밌는건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의 이미지와 관련 없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리소스 부족이나 시너지 창출을 공통적으로 힘들어 한다는 거다.

 

 

3. 상대방의 능력치가 부족하다고 주위에 분통 터뜨려봤자 되는건 없었던 것 같다.

화낼 때 화내야 되는 건 맞는데 작년의 상황들을 되돌아봤을떄 내가 리소스 부족에 화내는 태도를 견지했다면 작년 365일 중에 3000일 정도는 화만 내고 있어야 했을 듯.

 

상황이랑 사람은 다르다. 상황은 내가 열심히 해서 바꿀수 있는게 있지만

사람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애초에 내가 화내서 바뀔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바뀌었고,

이런 문제상황에서는 문제 정의를 "상대방이 못채워주는 리소스를 언제 어디서 구하지" 로 해야지

"상대방이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되면 그사람 미워하면서 감정만 상하고 답은 더 안나왔었으니까.

 

뭐 하다하다 안되면... 포기도 했었다.  빨리 최선을 다해보고 아닌거 같으변 포기 해야된다.

 

아무튼 이 명제(상대방의 능력치가 부족하다고 지랄해봤자 되는건 없다)를 마음 속에 심으니까 사람대하는 관점이 달라졌다.

 

어찌되었든 한 사람한테 다 바랄 수는 없다. 

 

이 사람한테서는 내가 얻어 낼수 있는게 뭐고,

저 사람이 이런 권한을 가지고는 있으니 내가 어떻게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지,

그럼 역으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못얻어내는 리소스는 내가 공부해서 수급하거나 네트워킹을 더 해서 얻어내려고 했다.

  

3-1. 누구보다 재기발랄했고 아이디어가 많았던 Yoon은 대기업에 먼저 입사한 후

종종 자기 이야기를 해줬는데 나와 남을 분리하는게 스스로한테도 좋다고 했다.

감정도 그렇고, 자신과의 동일시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뭐 그런 것들 때문에.

그때도 난 그 말의 무게를 몰랐는데 3년 여가 지나서 지금 진짜로 나와 남을 분리하며 그 말의 진가를 깨닫는다.

 

3-2. 21살때 술을 엄청 먹고 승현이는 나한테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고, 넌 그 그릇만큼만 해주면 되" 라고 했다. 그때 생각이 요새 많이 난다.

 

 

4. A급 인재가 만나서 A급 팀을 이루는 건 아직도 맞다고 생각하고

난 항상 각 분야에서 빛나고 있는 사람들이랑 있는걸 좋아한다.

계속해서 그런 사람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나중에는 새로운 커리어를 그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라는 생각이 우울의 바닥을 치던 작년의 나를 일으켰다. 물론 조직에 대한 장단점은 아직도 투명하게 느끼고 있고 계속해서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직에 대해 불평만 하고 나는 내 예전 조직에서의 태도와 관점만을 견지하는 것도 답이 아니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새로운 컨택스트에 유연하고 적응하고 균형잡는 게 필요한데

적응하고 균형잡는다는 건 안주하는 게 아니니까 내 성장을 갉아먹는게 아닌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안주를하면안됨

마찬가지로 한 business scene에 매몰되는 것도 딱히 성장은 아니고. 애초에 우린 그래서 대기업-스타트업 커리어 점프를 한 거니까.

 

어찌 되었든 우리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커리어 크로스 점프를 했다. 지금의 컨택스트에서 나의 진짜 "성장"의 시작이 될 지는 잘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 기존 조직의 관점을 수정도 해보고 지금 조직에서 다른 성장 접근 방식을 시도해보던지

- 계속해서 고민하고 장단점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며 나한테 정말 맞는 기업 유형을 알아가던지

 

뭐가 되었든,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고민의 과정과 그 끝에 인생 속 의미있는 충돌을 경험하며,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 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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