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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나아감

*원문보기>> https://brunch.co.kr/@jessiejisulee/438

0. 어느새 6월이 됬고 버티고 버티다보니 정신을 좀 차리게 됬다. 주변 분들이 작은 응원이라며 기프티콘도 보내주시고 걱정된다며 안부도 물어주시고 내가 무너지지 않게 느슨하되 느슨하지 않게 날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고 보니 내가 참 잘 살았다고 생각했다.

 

0-1. 오랜만에 만난 M과 Y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정말 애기였는데 많이 커서 어느새 머리를 맞대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인생의 또 한 막을 넘겨버렸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늘 고통스러워서 발전할수밖에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 몇년의 나는 행복했고 안정적이었다. 그 시기의 나를 보내는게 아쉬운 것은 처음이었고 과거와 충분히 이별할 기간을 가지지 못해 안타까웠다. 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것이 너무 다행이다. 그렇지 못했더라면 더 아쉬웠을 거다.

 

1. 최근 몇 개월동안 여러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여행을다녀 왔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타인에 투사하여 내 주위에 둠으로써 컴플렉스를 극복하려 했던 악습을 떨어 냈다.

 

열심히 일할수록 내 새로운 박자에 익숙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의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산뜻한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내 자신이 좋았다. 비로소 나는 나 스스로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믿기로 했다. 

 

삶은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은 때로는 잔인하지만 때로는 다행이다.

 

2. 나아간다는 것은 별게 아니다. 청춘의 window of life에 서서 누군가는 시험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2년을 들인 시험을 때려친다. 둘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요새 동생들이 상담을 해달라고 하면 나는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누구든 더욱 성장하기 위해 2년씩은 다 말아먹는 법이니 맘대로 해라" 라고 한다.

 

2년정도 다 말아먹는다 <- 이건 정말 그랬다. 소속변경이든 복수전공이든 나도 3년정도를 말아먹었고 주위 지금 번듯하게 취업하고 창업한 언니들도 한때 그당시 맞는 진로라고 생각했던 길 때문에 시험을 보거나 뭘하거나 2년정도는 다 시행착오를 했다. 오히려 시행착오를 안하고 인생 밑바닥까지 떨어져 보고 그 바닥을 짚고 처음부터 시작을 못해본 사람들이 사회 나와서 더 가닥을 못잡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다 있는 것 같다. 뻔한 말이지만 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

 

하은이에게 지금 시행착오를 하는 너를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시행착오를 최선을 다해서 하는 지금 우리는 누구보다 잘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오히려 시행착오를 피해 무서운 길을 피하고 또 피하기만 하면 내가 최종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필드가 줄어드는 것 같다. 나아간다는 건 겉보기로 성공하는 것 같아보이는 길을 순탄하게 선택하는 게 아니다. 넘어지고 일어나며 성장하는 것이다.

 

3. 제일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매트릭스이고 나 자신과의 관계다. 나를 똑바로 세우는 법을 배웠고 이렇게 한걸음씩 나아가기로 한다.

 

희원언니와 이야기하며 간만에 만나도 변함없는 것 같은 친구들은 정말변함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힘차게 나아가주는 만큼 그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속도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했다. 각자가 스스로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서로 함께해도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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