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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한계 상황

마음이 많이 아픈 날들이 이어졌다.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전셋집도, 은행 대출도 뭐 하나 쉬운 게 없었고 늘 그렇듯 어렵고 힘든 일은 한꺼번에 왔다. 이와중에 Andy의 한마디-"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세상에 힘든일은 없다"-라는 말은 내 안에 남아 나를 지켰다. 할 일이 많아 흔들림에 매몰될 수는 없었다. 원래 이런 위험 상황 안에 더 많은 기회가 숨어 있는 법이고 감정에 매몰되면 그 많은 기회가 오는 줄도 모르고 놓쳐버린다는 걸,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겪었기 때문이다.

 

한계 상황의 선택은 항상 사람을 만든다. 어떤 사람을 결정적으로 형성하는 경험은 좋을 때가 아니라 나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글을 쓰고, 운동을 했고, 술을 잠시 끊었다. 예전에는 충분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최근 마주한 새로운 규모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높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더라. 당근마켓에서 건반을 보고 있다.

 

이렇게 슬픈 노래는 얼마나 슬퍼야 만드는 걸까. 내가 깊은 고민 안에서 노래를 들으니까 작곡 작사가의 감정이 다시 보였고, 깊은 고민 없이 그들의 노래를 쉽게 불렀던 과거가 조금은 부끄러워지려했다. 싱어송라이터들의 가사와 곡들은 일기나 곡 못지 않게 솔직하다. 그들이 한계 상황에 임해서 쓴 노래를 대중들 앞에서 부를 때, 자신의 가장 여린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다소 노출된 느낌이지 않을까, 가수로 산다는 건 노래를 쓰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앞어서 그런 취약성을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헤헤 거리면서 다니고 아무렇지 않게 의연하게대처하다 보니 정말 괜찮은 지 알고 말을 툭툭 던지시는 분들이 있다. 아니, 그들은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말하는데 지금 내가 힘들어서 들리는게 다르게 들리는 걸 거다. 그럴 때마다 조금은 울 것 같지만 마음으로 담는다. 최근의 상황을 다시 낱낱히 공유하기도 아프고, 내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는게 아니고 매몰되는 것 같아서 내 상황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정성있게 답해주지 못하고 있다. 내 속도 모르고 갑자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게 해서 야속하다가도, 내가 말을 황급히 마무리하며 이해해 달라고 하면 이해해 줘서 고맙다.

 

글을 썼다. 정확하게 말하면 요새 무슨 일만 있으면 공책에 뭔가라도 써내리려고 한다. 떠다니는 마음이 계속해서 흐르고 그런 마음을 정처없이 기록해 감정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 힘들수록 항상 성숙해졌다.그건 그냥 그런게 아니고 한계 상황에서 나름대로 올바른 선택들을 해와서 그런거다. 숨을 깊게 들이마쉬고, 내쉬었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난 또 많이 달라져있을 것 같다.

 

철이 바뀌면 부고가 많이 들리는 건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철이 바뀌는 것에 따라 몸이 적응하는 건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때로는 감기같이 병이 따라 몸이 아프기도 한다. 지금 난 인생의 한 철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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