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랴망입니다.
여기 "직장생활기" 코너에서는 한 번도 인사를 나눈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제일 먼저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신가요?"
슬프지만 올 한 해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분이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 들, 회사 다니시는 분들, 예술계 종사하시는 분들, 학생들까지.. 어느 한 분도 코로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겁니다.
저 역시도 올 한 해는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2년 차 사원으로서 보다 실무적인 일들을 맡게 되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동시에 업무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처음 시작하며 한없이 나태해지기 딱 좋은 환경 속에서도, 올 한 해 목표했던 것들을 어떻게든 이뤄보려고 제 자신을 많이도 채찍질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적막한 치열함 속에서 지내다 보니, 정작 시간은 어느 때보다도 빨리 흘러 벌써 올해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이렇게 이상했던 2020년 한 해에 대해, 블로그 여백을 빌려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코로나가 주는 교훈
코로나가 미운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그동안 잊어버렸던 가치를 되새겨주는 것 같습니다.
저녁 9시가 되어, 하던 공부와 일, 만남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독일 작은 소도시에서 지냈던 2017년 겨울이 떠오릅니다. 그곳은 9시가 되면 가게나 음식점들은 모두 영업을 마치기 때문에, 저녁시간은 오롯이 가족, 가까운 친구, 혹은 나 자신과의 시간이었습니다. 발 닿는 거리에 24시간 편의점과 카페, 음식점이 즐비한 곳에 살던 한국사람에게는 너무 불편하고 비합리적인 삶의 방식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넉넉히 사는 맛"에 중독되어 밤은 하루를 정리하는 휴식의 시간으로 보내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아직도 독일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안정감", "푸근함"의 감정이 제일 먼저 느껴집니다.
2020년 12월 한국에서도 어쩌다 보니 반강제로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9시 땡 하면 줄지어 독서실과 학원을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볼 때면(현재는 학원 오픈도 불가능합니다만), 우리가 노력 과잉 사회에 산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도 성취지향적 성격이라, 주어진 환경을 100%로 활용하여,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으로 쏟아붓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독서실도 마감시간까지는 남아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죠.
다만, 요즘같이 주어진 환경이 어쩔 수 없이 모두에게 80%밖에 안 남았면, 적어도 그 여분의 노력량 20% 덕분에 목표 외 것들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이 역시도 인생을 충실히 살아가는 데 소중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덕"이 없어진 후에도, 스스로 일과 삶의 노력량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제게 숙제로 남게 되겠죠.
비록 올봄 바디 프로필 챌린지로 만들었던 몸은 이제 한껏 푸근해졌고, 밖에 꾸미고 나갈 일도 없어 그야말로 "자연인"의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만, 함께 사는 친언니와 저녁을 만들어먹으며 일찍 잠드는 지금의 삶도 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 그리고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나, 나만 행복할 수 있다면 그대로도 괜찮은 나만의 작고 소중한 삶을 만들어 보는 것도 중요한 삶의 지혜인 것 같습니다.
2020년 블로그 회고
벌써 1년 전이 되어버린 2019년 12월 31일, 저는 "방탄소년단이 디지털 하는 법"이라는 컨텐츠에 전례 없는 열정을 퍼붓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뒤로는 (미완의) React Native 앱 개발 개인 프로젝트도 진행하기도 하는 등 꽤나 열정 만수르의 면모를 뿜었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고작 1년 만에 열정이 바사삭 사그라진 것만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업무가 바쁘면 서브 프로젝트에는 무심해지게 되고,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업무 외의 모든 생산적인 활동들은 보이콧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달까요.
회사 일 말고는 아무것도 못(안) 하는 사람이 될까 두려우면서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마음먹고 해내는 것이 관성적으로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아마 저희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든 에디터가 비슷한 감정의 사이클을 겪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늘 해오던 것에 변화를 주고, 그 변화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저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 그리고 그 짧고 소중한 "열정 만수르 시기"를 인질로 하여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며 스스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합니다.
이때의 컨텐츠를 돌아보면, 마음속 깊숙이 봉인해뒀던 열정 DNA가 살짝 꿈틀대며 깨어날 것만 같기도 하거든요.
저도 작년 오늘의 포스팅을 보니, "이 때 나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으면서도 지금이라도 안될 것 뭐있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블로그, 앞으로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은 못하지만, 그래도 놓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무책임한 말인가요?ㅎㅎ)
마지막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만, 모두가 힘들다고 해서 내가 덜 힘들어지는 건 아니겠죠.
어찌되었든 힘든 상황이 내 탓이라고 자책만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행, 운동, 모임 등 취미생활의 기회 뿐 아니라, 일자리까지 앗아가버린 주범이 따로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실 테니까요.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가야 하 듯이, 오늘만은 올 한해를 돌아보며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도 보고
2021년을 견디어 나아갈 수 있는 나만의 감정 정화제, 그리고 용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1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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