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내가 어렸을 때가족갈등이 있을 때면 긴장을 느낀 내가 무슨일이 있냐고 엄마에게 물어보곤 했다. 엄마는 너는 아직 아이라서 너한테 그런걸 다 이야기하고싶진 않고, 딸은 지금 상황이 이러이러한 것만 알고 넘어가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단다 라고 했다. 입사 초기 시절 내 hiring manager 였던 A도신입의 패기에 넘치던 나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문제 해결을 꼼수로 하려 할때면 그런 어둠의 경로는 나중에 알아도 된다고 했다.
그럴때마다 난 좀 억울했던 기억이 난다. 동등한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어리다고 날 무시하는 것처럼 생각이들어서였다. 요새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1. 예전에 서원언니랑 오히려 산업의 규제나 에로사항을 모르는 대학원생이 더 흥미로운 연구를 더 잘할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엄마와 A는 나에게 조금만 알려줬던 건 내가 굳이 몰라도되는걸 아이가 알아서 인생관이 뒤틀려버리지 않기를, 패기넘치는 신입의 자세로 몰라서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기적처럼 이뤄내주기를 바라서였던 것 같다.
성장하는 사람이 기존의 틀에 갖혀버리지 않도록. 내 스스로 인생의 장을 열도록.
2. 중요한 건 속도 조절의 문제다. 작년엔 중고신입이라 힘들었다. 하고싶은 건 많고 문제점은 보이는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다들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많이 답답했던 것 같다. 그런게 다 보여버려서.
내 조직 내 역할을 깨닫고 지금 이 포지션에서 길게 본 후 와신상담하는 자세를 갖추기까지 오래걸렸다. 그렇다고 해서 작년에 발악했던 게 마냥 잘못만은 아니었던것 같다. 새로운 바람이 충돌해서 항상 새로운 바람을 반드니까.
난 앞으로도 계속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일들을 벌리고 싶다.
3. 무모한 도전들은 사실 몰라서 시작했다.
좀 몰라도 된다. 만약 피치못하게(?) 알게 됬다면 해야 하는 건 내 지식이 내 가능성을 막아버리게 하지 않는 거다. 이상은 항상 현실 속 작은 개선들이 모여 만들어지니까.
세상에 필요한 사람은 안다고 머리좀 커져서 텃세부리는 사람보다 모르지만 어디로 나아갈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원문보기>>brunch.co.kr/@jessiejisulee/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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