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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우린 서로 손을 잡아야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원문 보기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280

 

0.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모든게 의미가 없다. 개인적인 가치든, 일에 있어서의 장인정신이든 모든게 돈으로 환원되고 돈 이전의 중요성을 볼수 없게 된다. 아니 일단 나부터 세일즈조직에서 1년 구르니까 모든걸 다 효율성으로 후려쳐버리는 습관이 든 것 같다;;

 

 

1. 소중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능력을 많이 잃어버렸구나, 싶었다.

자유로운 스타트업을 다니다가 대기업에 조인한 작년 1년은 거의 흑화 그 자체였다. 사실 남들보다 어린나이에 일을 시작하면서 진작 사회에 찌들기는 했지만 작년에 위태위태하긴 했지. 대학 입시도결국 실패했고 전과도 실패했고 근 10년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성공보다 실패로 더 점철되면서 원래 어둡고 시니컬했던 내 성격은 더 끝을 달렸다.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고 싶어서 힘들었던 지난 1년 더 실패할 힘을 잃었고 그래서 생존을 위해 진화해버린건가? 내가 끔찍하게 싫어했던 그들의 시각을 닮아버렸구나.

 

1-1. Jade 선배는 "규칙을 잘 아는 사람이 결국 규칙을 잘 바꿀수 있다"고 했고 이 순간 그 말이 나한테 위로가 많이 된다. 잠깐 다른 모습으로 살아봤던 만큼 내 원래 성향을 더 발전시킨 모습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니까.

 

 

2. 대규모 자금을 불리고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체질적으로 Capital-oriented 되서 각 사업부문이 본질에 집중하기 힘들 거다. 그게 사실 지금의 대기업이 발전하기 위해 제일 타개해야 하는 문제이지 싶다. 정치나 내 밥그릇 지킬 힘으로 본인 업무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게 하는 것.

 

사실 지금의 구조는 서비스 기획의 치열함과 디자이너의 고뇌는 결국 얼마짜리로 환원되고 어차피 one of them의 사업요소로 귀결되기 때문에 몇천만원 아끼는게 진짜 일잘하는 실무자 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다 똑같은 업무인것 같고 매뉴얼로 업무 수준을 표준화 한다 해도 사실 업무에서 하드스킬 말고 소프트스킬도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맡은 사람이 누구인지, 그사람이 일을 일같이 하는지가 팀의 동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크다는 걸 일을 제대로 해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그런 업에서의 장인정신이 충분히 존중받거나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적 신호가 부족한 것도 같다.

 

2-1. 사실 나만해도 사람보고 다녔으면 지금 회사를 못다녔을 거다. 그래서 힘들었다. 누구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한테 가치를 많이 뒀기 때문에. 자신의 업에 누구보다 열정이 있었던 사람, 업 자체로 살았던 사람, 매력적이었던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는 몰랐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한테 내가 참 많은 가치를 두더라. 원래 사람에게 의미부여를 많이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3. 일요일 샘나언니와 이야기하다가 언니는 "그렇게 수익성으로만 모든걸 환산하는건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지금의 숫자를 채우기도 힘에 달려 내가 그 이상의 것을 보기 어려웠구나. 그렇게 Matrix Trap에서 내가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한번 더 깨달았다. 결론은 그냥 내가 지치지 않고 계속 열어 나가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의 체력을 잘 쌓아서 지금의 KPI 이상의 것을 계속해서 채워나가야지.

 

사회심리학을 공부하던 민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지만 Crazy enough 한 개인들이 결국 사회를 조금씩 바꾼다고 했다. 또한번 나 자신을 쇄신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땅에 발을 붙이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마음 준비가 된 이때 내 주위의 사람들과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조금씩 좁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힘든 순간 너무 힘들어만 하지 않기를.

 

 

우린 서로 손을 잡아야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 백예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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