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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Insight

방탄소년단이 '디지털'하는 법 1 - 디지털 휴머니즘의 실현

2019년을 갈무리하는 연말 시상식 무대, 요즘 재미있게 보고 계시나요? 각종 시상식을 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마지막 코너에 등장하여 퍼포먼스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가수가 있습니다.

바로 올 해, 전국을 넘어 전 세계를 보랏빛으로 물들였던 연말 무대 섭외 1순위, 방탄소년단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 - (좌부터) 슈가, 정국, 제이홉, RM, V, 진, 지민 (출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월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영향력

BBMA 2018 (빌보드뮤직어워드)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출처: BTS 공식 페이스북)

방탄소년단에게는 늘 "월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데요. 이는 "월드 클래스"의 준말인 인터넷 은어로, 한국을 넘어서 빌보드, AMA(아메리카 뮤직 어워드) 등 글로벌 음악 시상식에서도 인정받는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입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월드투어를 통해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62회 공연 20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특히 마이클잭슨, 퀸 등 세계적인 가수들만 설 수 있는 꿈의 무대인,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 한국 가수 최초로 서게 되며 총 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하였습니다.

 경제효과 4조에 육박하는, 방탄 이코노미

MAMA 2019 (엠넷뮤직어워드)에서 9관왕을 수상한 BTS (Mnet 캡쳐화면)

이렇게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엄청난 외화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방탄 이코노미' 등의 경제 신조어까지 탄생시키기 이르는데요. 지난해, 현대 경제연구원은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발간하며 방탄소년단의 생산 유발 효과를 연평균 약 4조1400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한국 중견기업의 평균 매출액의 최대 26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이들이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라고 불리우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후 미국 CNN은 BTS가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13명 중 1명에게 영향을 줬으며, 현재의 인기를 유지한다면 2023년까지 56조 이상의 경제 기여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기도 하였습니다.

2019년 6월, 방탄소년단을 환영하는 보라색 조명을 밝힌 부산항대교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오늘은 연말을 맞아 쉬어가는 코너로, 이렇게 2019년 연예계와 산업계 모두의 주목을 받은 방탄소년단(BTS)과 그들이 이룬 경제적 성과에 있어 '디지털'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 지에 대해 짧은 단상을 써보고자 합니다.

다만 한가지 주지하고 싶은 것은, 본 글에 기재한 일부 디지털 Tactic들은 사실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최근 수많은 가수들이 답습하고 있는 '대세'라는 것입니다. 방탄소년단이 이를 남들보다 발 빠르게 차용한 것은 사실이나, 이들의 성공이 단순히 '디지털을 잘 활용하였기 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들의 피땀 눈물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과 콘텐츠의 품질 등 끝도 없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으니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따라서 본 글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최근 국내 연예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활발히 활용 중인 디지털 플랫폼 및 콘텐츠 전략을 알아보는 시간으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When Digital touches Human, 디지털 휴머니즘의 실현

방탄소년단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들에게 받은 강한 인상은, "A. 진정성있는 콘텐츠를 B. 최적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딜리버리 한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의 콘텐츠에는 소셜미디어, 실시간 스트리밍, 블루투스, 드론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인간 본연의 가치와 감성을 불어 넣는 '디지털 휴머니즘(Digital Humanism)'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방탄소년단의 인문학적 세계관 (출처: 방송 '책 읽어드립니다')

여기서 "A. 진정성있는 콘텐츠"란, 콘텐츠 자체의 차별화 방식을 뜻합니다. '사랑'만을 호소하던 천편일률적 아이돌 음악을 넘어서, 인간 본연의 가치와 삶, 즉 Humanism에 기인한 가사를 쓰고 노래합니다. 열정 페이, "노오력", 유리천장 등 젊은 세대가 느끼는 답답한 사회적 병폐들과, 세월호 참사 및 특정 지역 차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거나, 자존감이 낮은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등의 내용을 노래에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데미안' 등 고전 문학을 모티브로 가사를 쓰고, 뮤직비디오에도 수많은 은유를 불어넣어 청중으로부터 탐구적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수한 '떡밥' 들은 팬들이 수많은 2차 컨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이는 '소비와 생산'이 자유로운 오픈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다만 'A.컨텐츠가 아닌, 'B. 플랫폼'에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즉, "B. 최적의 딜리버리" 측면에서, 그들이 컨텐츠를 딜리버리 하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전달 방식: 미디어도 오픈소스가 유행?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등 오픈 채널 활용

무료 오픈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 (출처: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공식 홈페이지)

방탄소년단의 기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일찍부터 유튜브 공식 채널인 '방탄 TV'를 통해, TV에서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생산/제공해오고 있습니다. 직접 방탄소년단의 예능과 무대의 뒷 이야기를 찍어 방송하기도 하고, TV 속 무대와는 살짝 다른 '직캠 버전'의 무대 영상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영상들이 유튜브 상에 무료로 풀리게 되면, 팬들은 이의 편집 영상 및 리액션 영상(방탄소년단 영상을 보는 팬들의 반응을 찍는 영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콘텐츠가 확대, 재생산하며 하나의 '놀이 문화'가 형성되게 됩니다. 팬들이 즐겁게 퍼다나를 수 있는 '판'을 기획사에서 기꺼이 마련해준 덕에, 콘텐츠의 파급력이 무한정 확장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글로벌 팬들의 방탄소년단 리액션 영상들 (출처: 유튜브)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은 멜론, 지니 등 기존의 유료 음원 사이트 뿐만 아니라,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오픈 음원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은 방탄소년단의 음원과 타 가수 커버곡 등 녹음본을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팬들은 다음 정식 앨범 발매를 무한정 기다리지 않아도, 방탄소년단의 작업물들이 완성되는 대로, 틈틈이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Open하고 Agile한 방법론 역시, 현재 IT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2. 디지털 경험의 혁신: 소비층의 디지털 경험(DX) 향상

1) VLIVE를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진행

2019년 12월 31일, 생일을 맞아 실시간 개인 방송으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는 V (본명 김태형)

방탄소년단 역시, 현대의 다수 가수들과 같이 네이버의 VLIVE (KPOP 스타들의 실시간 개인방송 어플)를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합니다. VLIVE 앱을 깔아 놓으면, 이들이 개인방송을 켜는 순간 실시간 알람이 전송되고 어플을 열면 이를 바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팬들과 아티스트가 방송 위에 표시되는 실시간 채팅으로 묻고 답하며 보다 개인화된 소통 경험이 가능해지죠.

'아프리카tv'의 등장 이후, 개인 방송이 하나의 디지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렇듯 과거의 팬덤 문화와 파격적으로 다른 '소통방식'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가수들의 스케줄을 졸졸 따라다니고 숙소 앞에 진을 쳐야만 할 수 있었던, '대면적 소통'이 VLIVE라는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진 것이죠. 다소 불법적인 어감입니다만, 팬들이 갈망하는 '합법적인 사생활 엿보기'가 더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도 가능하게 되었으니 팬과 아티스트 모두에게 이득아닐까요.

2) 누구나 ARMY가 될 수 있는 공간, WEPLY & WEVERSE

공식 멤버십 어플인 Weply (출처: Weply)

과거 팬덤 문화는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정식 팬클럽을 통해 '진짜' 팬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승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가끔은 치열한 경쟁으로 '팬덤'에서 탈락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다음, 네이버 등의 팬카페에서도 엄격한 '가입절차'를 통과한 팬들끼리만 교류가 가능한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해 왔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이와 달리 오픈된 팬 문화를 지향합니다. 비록 정식 멤버십은 있지만, '팬이 될 자격'을 한정하지 않고, 누구나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ARMY)'로 인정받고 교류할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러한 '판'이 바로 최근 출시된 'Weply', 'Weverse'라는 독자적인 어플입니다.

(좌) 앰블럼을 수집하는 Weply의 화면, (우) 멤버들이 포스트를 올리는 Weverse의 화면

Weply에서는 팬클럽 멤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정식 굿즈를 구입하고, 콘서트나 팬미팅 관련 공지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공식 이벤트에 다녀올 경우, 공식 엠블럼 QR코드를 통해 축적할 수 있는데요. 이는 게임적 요소(Gamification)를 가미하여 '도장깨기'와 같은 즐거움과 승부욕을 유발하기도 하는 전략입니다.

Weverse 앱은 기존의 오픈 소셜미디어(SNS)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대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소셜 플랫폼입니다. 각 소속 가수들이 실시간으로 포스트(트윗과 유사)나 모먼트(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유사)를 올리거나 팬들의 포스트에도 가수가 직접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이러한 1:1 소통방식 역시, 기존의 네이버, 다음 팬카페에서 일방향적으로 진행되었던 소통방식과는 확연히 차별화됩니다. 

 


이상, 방탄소년단의 디지털 전략 '디지털 휴머니즘의 실현'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디지털을 살짝 벗어나 오프라인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3. 오프라인 경험의 혁신 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본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주세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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