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생활기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가 (직장 456년차 응답하라)

요새 인스타나 SNS 같은걸 보면 우울증 체크리스트 / 마음수련 체크리스트 / 당신의 연애가 잘못되었다는 이유 웅앵웅 하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체크리스트는 도대체 어떤 기준과 근거에서 나오는 건가요..? 세계 7대 미스터리랑 가스라이팅 기준은 왜 계속 변하는걸까요.. 애초에 그걸 누가 정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이런 이상한 리스트들로 내 인생을 규정하기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직장인 456년차들의 말로 딱 정리하긴 그렇고 가끔씩 마음속으로 떠올랐지만 메일과 슬랙 답장하느라 잊어버렸던 내 인생 괜찮나 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작성해보았습니다.

 

456년차는 참 신기한 시기인거 같습니다. 올해 한국 고속성장 뺨치는 인생 고속패스를 하다보니 123과 456의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인데 하여튼...123년차의 패기를 지난날 지불하고 이제는 실력을 샀고(사람마다 다름),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알겠고 더러는 이직을 승진을 전셋집얻기 내지는 자차구매를 했으며, 누군가는 결혼을(제일위너) 했습니다. 분명히 난 일을 찾아했던 123년차였는데 이젠 자리만 비우면 주위사람들이 날 못찾아 안달인 456년차가 되었다면 아래 체크리스트로 내 인생 괜찮은지 점검과 공감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1. 내가 몇살인지 모르겠다.

- 저만 이런거 아니죠? 456 궤도에 오르면 내가 해야하는 일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 찾느라 아프고 힘들고 이것보다는 해야하는 일<->하고싶은 일 균형잡는 궤도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123년차 때를 회상하면서 그때가 좋았다며 젊은 꼰대인척을 종종합니다. 주로 27-28-29 살때 자기 나이 헷갈리고 31-32-33 나이를 헷갈립니다.

 

2. 내 주위 사람들이 바뀐다. (결혼, 인생단계, 관심사 깊게 만들며 자기만의 깊이를 깊게 하는 사람 / 얕게만 떠도는 사람 등등..)

- 이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스무스하게 진행될수도 있고 너무아프게 진행될 수 도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3번으로 이어집니다.

 

3. 그리고 어느순간 아니라고 생각되면 인간관계 정리하는데 단호해지거나 무심해진다.

- 사람한테 정많았던 사람들은 이런 나 자신의 변화가 무섭기도 하고 생경하기도 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건 짬에서 나오는 변화라 사실 어떻게 안되는거 같습니다.

이나이가 되고 이때까지 겪어온게 있다보니 내가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될지는 알겠고, 이때부터 초년생특유의 불안한게 좀 줄어듭니다. 불안함과 같이 손잡는 법을 알게되는 겁니다.

위만 보고 올려다보며 달려왔는데, 어느정도 올라오면 목빼고 보는게 아니고 목적지가 내 눈높이에서 보이기 때문이죠. 물론 높지만. 

 

사람관계도 얼추 도가 터서 내가 기대한 타인의 모습과 타인이 달라 상처받거나 싸우지 않고 그사람을 그사람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이먹고도 이게 안되는 사람과는 서로 손절을 치게됩니다) 이제까지 해온 바대로 성장하고 돈도 모이는걸 보면서 주위사람들과 각자의 선택별로 인생길이 갈리는 걸 보면서 내 인생의 책임소재를 더 깨닫게 됩니다. 이나이 때는 이걸 빨리 깨달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뉩니다. 미혼 기혼별로 같이 다니는 사람 나뉘는 거랑 똑같음.

 

4. 이젠 인턴과 신입사원들이 날 동년배로 생각 안한다.

- 화장실 가서 울고오셔도 됩니다

 

5. 너무 바빠서 인생에 아무 생각이 없다

- 올해 예전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분을 만났는데 둘다 아 진짜 우리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요새 인생에 아무 생각이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단기적으로는 이럴수 있는게, 회사의 모든 일을 하는 대리과장급은 이제 건설적인 비판할 시간도 없고 상징적인 task 보다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result로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저한테는 컸습니다. 그냥 단순히 바쁘고 안바쁘고를 떠나서 더 중요한 일을 해내야하는 겁니다. 물론.. 앞으로 더 중요한 일 해야됨. 내가 전에 했던건 닭알반이고 이건 그저 병아리반일뿐..

 

물론 정신없는 상황에 익숙해져서 이런 비판할 시간도 없는 상태를 너무 길게 안가져갈수 있게 하는게 중요할 거같습니다. 아직 전 못했지만..

 

6.직장인 영어학원반에서 눈에 초점이 없어진다

- 5번과 비슷한 맥락인게 이제 몸값을 해야되니까 알게모르게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돈 내고 다니는 대학생과 돈 벌고 다니는 회사원이 다르다지만 이때부터 뭔가 나이들면서 체력도 떨어지기도 하고... 대학생과 직장인이 같은 회화반을 듣는다면 두 집단을 바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7. 주위 사람들이 직장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강원도에서 서핑샵을 차리거나 퇴사 후 호주에 워킹홀리데이에 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난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듦)

-이것도 5번과 비슷한 맥락인게, 123년차때는 다 열심히 하고 적응하느라 너무 시간이 없고 이땐 일이 힘든것도 있는데 사회인으로 본인 체질을 바꾸는게 더 큽니다. 이제 내가 속한 부서나 일이 사업에 있어서 얼마정도 우선순위를 차지하는지도 알겠고 내가 어떤 라인을 타고 있는지, 그리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이것만이 정답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겁니다.

 

123년차에는 회사일만 알았다면 이젠 가족, 가정, 내 인생, 전체 소득수준, 인생에서의 자유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포괄해서 생각하게 되면서 가끔가다 인생의 다른 선택을 한시라도 어릴 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막말로 내가 속한 회사가 좋은 회사라거나 소속한 직업군이 핫한 직업군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 안에서 내가잘되는게 중요하지. 안될것 같으면 과감하게 그만 두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전 직장 팀장님은 저에게, 한 10년정도 지나면 나와 같이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사람들 절반은 그만둔다고, 해보니까 계속 일할만 하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습니다. 이게 저에게 정말 좋은 질문이었구나를 요즘 좀 알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떠난 사람은 자기 삶을 일구느라 정신이 없는데 오히려 회사 남은 사람이 생각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난 아무것도 못하니까 다닌다, 보다는 일찍 그만둔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커넥션도 유지하고 하면서 내 갈길을 계속 고민해보는게 중요합니다.

 

8.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것 같고 그래서인지 뭔가 위축되기도 한다

- 괜찮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여러 변화가 있고 자연스럽게 그 변화의 접점들에 있어서 크고 작게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거고,

그리고 뭐 내 직장 상사라거나 애인이라던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내 순간 변한 모습에 대해 뭐라 할수 있는데 그런건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도 됩니다. 제일 중요한건 내 마음이고 내 생각이고 안그래도 힘든데 굳이 그런건 나중에 내 인생 좌표를 잡고 나서 반영해도 됩니다.

 

그리고 쉬어야 되면 좀 쉬어도 됩니다. 살다 보니까 내가 쉬고싶어도 못쉬는 상황이 옵니다. 어차피 다시 인생필드에 나가서 뛰어야 되니까 잠깐 힘 풀고 있어야 되는 시기에는 쉽시다.

 

9. 인생에 몇번 맛탱이 가보고 무릎관절 나올정도로 엎어져 보고 나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함

-원래 겸손과 도덕성은 1) 애초에 사람이 바르거나 2) 발등 오지게 찍어서 발등이 땅에 박혀본 적이 있어서 만들어 지는 거 같습니다.

 

10.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

- 사회생활 하다보면 진짜 별의별 일이 다 있습니다. 인간관계든, 회사생활이든, 억울한 일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오느라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ㅠㅠ 버텨준 과거의 우리 자신에게 감사하고 조금 아껴줘도 되지 않을까요. 살면서 얻은 은혜와 원수는 잊지 않고 정상까지 가서 다 200배로 갚아주도록 합시다. 여기서 무너지면 갚아줄수가 없잖아요.

 

 

 

*원문보기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498/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brunch.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