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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과연 이직은 좋은 걸까

0. 저는 이직을 굉장히 장려하는 편입니다. 애초에 이직이 잦은 스타트업과 외국계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도 했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 오래다니신 분이 "3년 5년차때 엉덩이 들지 말고 잘 버텨야 된다" 이런 말에 대해서도 엄청 거부감이 있습니다. 중요한건 연차가 아니라 내 성장의 정도고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라면 아직도 가감없이 자기 자신을 새로운 도전에 던져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 그런 제가 봐도 최근의 노동 시장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리멤버 리크루터 같은 사람에게 같은 공고를 3번씩 받는다거나, 링크드인 프로필 상에도 최근 이직해서 새 회사에서의 근속연수가 3개월도 되지 않는데 무작정 채용 공고를 보낸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능력 여하와 상관없이 이직을 짧은 기간에 다발적으로 하다보니 경력직들은 시장에 씨가 마르고 회사에서도 업무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난감합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지난 몇년 간 신입채용의 길이 막혔고 얼마전부터 국내 채용시장의 많은 티켓을 가진 대기업들의 신입 공채도 폐지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이런 사회적인 흐름은 더 강해지고 빨라져서 신입분들께 채용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소위말해 회사의 모든 일은 대리가 하고 일시키는 사람보다 일하는 사람은 항상 필요한 법인데, 이렇게 되면2~8년차 practioner 레벨의 이직이 활성화되고 가속화됩니다.  

 

 

2. 경력직 이직 가속화의 또다른 요인은 최근 근로소득의 수준입니다. 예전처럼 일을 좋아하는 한국인 특유의 직업에서 꿈을 찾아라 문화도 솔직히 한물 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은 일일 뿐이라는 밀레니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사회를 덮쳤고, 높아지는 부동산과 돈이 돈을 버는 흐름으로 우리는 이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Individual financial model은, 당연히 본인의 실력 향상이고 뭐고 무조건 연봉을 올려야하고 그래서 이직을 많이할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뼈빠지게 일할거 물들어오면 노저으라고 지금 뛸수 있을 때 뛰는게 낫다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3. 이런 상황 속에서 이직해서 연봉올릴 시간보다 일을 좀 일같이 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한번쯤은 지금의 내 이직이 내 수명을 늘려주는 건지 안늘려주는 건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자라던지 디자이너라던지, 프리랜싱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그래도 덜한데 generalist는 이직이 독이 될수도 있는거 같습니다.  

물론 한 10년정도만 일해서 빡세게 벌고 그 다음부터는 자영업을 할 계획이라던가 이러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면 무조건 이직을 많이하시는게...

 

3-1. 만약 generalist라면 지금 본인이 피피티 잘만들고 영업 잘하고 이런것도 중요한데 한 조직 내에서 내가 커버하는 문제의 단위를 넓게 하고 깊이를 깊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넓이와 깊이는 사실 대부분의 경우 시간과 함께 옵니다. 회사를 오래다닐수록 내가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당연히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지고, 히스토리를 알수록 더 큰 단위의 도전을 할수 있습니다. 안주만 하지 않으면요. 그리고 만약 해외취업을 외국인 신분으로 했다면 working 비자 문제 때문에라도 오래다녀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3-2. 그래서 저는 이직파지만 본인이 시간만 죽이고 있지 않으면 사실 오래다녀도 괜찮습니다.내가 이 회사에서 시니어 급으로 스킬업해서 다른 회사에 시니어급으로 이직하는게, 주니어급으로 여기저기 메뚜기만 뛰고 있는 거보다는 나으니까요.

 

 

4. 만약 본인이 크리에이터 직무에 있으시거나 그런 분들이랑 가까우시다면, 크몽이나 이런 프리랜싱 소싱 플랫폼이 도입되고 나서 오히려 크리에이터의 가치가 떨어졌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사실 디자인이라는게 그 브랜드도 알아야하고, 지식도 디자인 랭귀지도 차근차근 쌓아가야되고 팀원들과의 팀워크도 필요하고 굉장히 고관여적인 작업입니다. 그게 당연히 이거 소재 만들어주세요 띡 던지고 완성하는 그런 외주 이상의 것인데 시장에서 크리에이터 작업이 단순히 외주로 인식이 굳어진다는 건 위험한 거죠.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성숙하게 할 기회가 사라지니까요.

 

2-8년차 주니어 레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일해주는 사람 이상입니다. 나중에 매니저도 되야되고, 업무 능력 성장을 통해서 다음도 고민을 해야되고, 수 틀리면 이직하면 되고 누구 나가면 연봉 몇백 더 얹어서 다른 사람 뽑아야되는 존재 이상입니다. 사실 이건 개인이 마인드를 고쳐먹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이미 뽑은 직원들의 경력을 같이 고민하고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과 회사가 함께 견제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져야 되는 문제인데 대부분의 경우 이게 잘 안되어서 안타깝습니다. 

 

아무쪼록 애증의 이직 다들 현명하게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남은 2021 다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원문 보기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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