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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기

일 많이하는 게으른 3년차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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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많이하는 게으른 3년차 병

금요일 밤샘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는 글을 씁니다 | 0. 올해 이직을 하기도 했고 스타트업/외국계 회사라는 이직이 활발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다 보니 커리어를 시작한 그 직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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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올해 이직을 하기도 했고 스타트업/외국계 회사라는 이직이 활발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다 보니 커리어를 시작한 그 직후부터 이직에 대한 담론에 엄청 많이 노출이 되어 왔습니다. 뭔가 새로운 환경/새로운 롤에서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도 만나 보고 회사가 가진 가치와 나 자신의 가치를 항상 비교하고 고민해보는 건 좋지만 변화는 늘 피곤함을 수반합니다. 이직은 참 민감한 이슈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참 남의 이직에 별의별 말이 많습니다. 웃긴게 다들 본인의 이직엔 별 말이 없는거같음

 

아무튼 그 많은 이직의 이슈 중 오늘 이시간에는 "3년차 되면 주니어들이 어줍잖게 바람들어서/자신감에 차서 엉덩이가 가벼워진다"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다뤄봅니다.

 

 

1. 3년차, 일좀 하게 되고 조직의 전체적인 상황을 다 보기엔 아직 주니어인 나이. 그래서 한 회사를 오래다닌 분은 폄하하는 식으로 3년차 이직을 반려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그렇게 마음 뜰때 잘 버텨야된다 이야기도 합니다.

 

근데 전 사실 3년차든 5년차든 주어진 역할에서 정점을 일단 찍고 나면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는 걸 엄청 추천합니다. 그래야 새마음 새뜻으로 초심가지고 다시 달릴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죠. 마음이 이미 떴는데 솔직히 어떻게 잘합니까.. 물론 어줍잖게 일단 3년차니까 나한테 유리한 기회를 찾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여기서 강조는 "주어진 역할에서 정점을 찍었을때" 하는게 좋다는 겁니다. 지금 내 포지션에서 일잘했던 사람이 결국엔 이직도 잘합니다.

 

문제는 이게 조직 입장에서는 1억 가량 주고 키운신입이 이제 밥값하려니까 나가는 그런 불상사때문에 홀수 연차에 엉덩이 뜨지 말고 버텨라 이런말이 나올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잘 생각을 해봐야 되는건, 이직을 해라 안해라가 아니라 이직/현재 회사에 남음 중 어떤 선택지를 통해서 내가 새로운 성장을 할수 있는가? 입니다.

 

이직해서 별게 안나올거같고 그냥 도망인거같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환경에서 내 새로운 모습을 만나보는게, 기존 회사에서 대리급으로 몇년 더 다니는 것보다 나을 수는 있다라는 겁니다.

 

2. 이게 왜그렇냐면 솔직히 1-2 년차에는 고생을 엄청 많이합니다. 새로운 학생->사회인 이 포지션 변경에 따른 책임감,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 산출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감 등등 이런걸 엄청 견뎌야 되는데 3-5년이 되면 요령으로 편해지든 정석으로 노력해서 편해지든 예전보단 나아집니다.

 

그리고 일도 익숙해지면서 어느정도 밥값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잘하는 사람은 1년차에도 잘하지 않냐 이런 말할수 있는데 이건 개개인의 퍼포먼스랑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중고신입이고 아무리 일잘해도 조직의 시스템적으로 3년차 대리가 되면서 권한이 많아지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3년차때 할일이 많아지는 건 맞습니다.

 

2-1. 여기서부터 중요

여기서 조심해야됩니다. 일은 많아지고 조직 안에서는 내 경쟁력이 올라가고 할 일은 많아지는데, 그러다 보니까 뉴스보고 시장 내에서 내 몸값을 바라볼 시간은 절대적으로 물리적으로 줄어듭니다. 근데 이게 체감이 안되는게, 어느 각도에서 보면 지금 달리는게 맞기도 하고 조직 내에선 내 입지가 늘어나는게 보이니까 그것만 보게 되는겁니다. 일은 많이하는데, 자기 미래 찾는데는 "게으른" 3년차가 되기 쉽습니다

 

물론 조직에서 일잘하고 열심히하는게 기본입니다. 기본. 그리고 조직이 성장하는 업계,성장하는 조직이면 들입다 열심히하는게 많은 보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치만 이거 읽는 분들 중에 외국계 내지는 스타트업 근로자있나요?(창업자 제외) 무조건 열심히가 정답은 아니라는거 선수들끼리는 다 알겁니다. 조직에서 열심히하는 그 기본을 채우고, 내 미래나 몸값도 생각을 해야됩니다. 문제는 3년차가 되면 전자 하기가 너무 바빠서 후자가생각이 안납니다. 회사에서는 강력한 노동력꾼이 되는데 내가 내 스스로의 미래나 고민할 시간을 미루게 되는 겁니다.

 

 

3. 그리고 또 하나 3년차가 엄청 조심해야 되는 건 오히려 지금이 "살만 해져서"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던 그 열정을 영영 놓아버리게 되는 그런 고비가 온다는 겁니다. 안오는 분들도 있을수 있는데 저는 왔습니다.. 

사실 3번은 이직자든 비이직자든 다 해당됩니다.

 

3년차가 되면 허덕이던 예전보다 나아진게 확실히 보입니다. 하는건 없는데 서툴러서 야근하고, 주말에도 괜히 잡고 있고, 사람 관계로 힘들고 고민하던 것들이 일단 좀 가라앉습니다. 예전에 비해 팀에서 나도 어느정도 일하는 것 같고, 20대 특유의 불안이나 고민도 포기한건지 잠잠한건지 모르겠는데 일단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딱 한 숨 돌리고 살만해질때. 이때 정말 조심해야됩니다. 이전보다 나아졌겠죠. 사실 왠만한 인간이면 시간 지나면 이전보단 나아집니다. 안나아지면 진짜 어떡합니까.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문제는 내가 이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그래도 나 발전했어 하고 안주하고 자기위안할때 진짜 성장동력 잃는거 한순간이라는 겁니다. 예전보다 나아진 나 자신이 아니라 객관적인 지표에서 시장 내 내 위치를 바라봐야 될 때도 있는거 같습니다.

 

 

4. 요새 인생 선배들하고 이야기하면서 느낀건 제가 이제까지 겪었던 고비 컸던거 맞는데 앞으로 더 큰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겁니다. 진짜 인생에서 힘든 일 쌔고 쌨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까 우울증이랑 제가 맞이했던 고비의 순간을 넘기가, 인정하고 안고가기가 훨 쉬워진 거 같습니다.

 

지금 당장 3년차가 되고 5년차가 되고 예전보다 편해지고 이런건 길게봤을때 거의 의미가 없는 거 같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쯤되면 지금 좋아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거 어렴풋이는 알게 됩니다. 30,40,50대를 힘차게 일할 동력을 찾고, 나 자신을 메타인지하면서 의심하고 적당히 다스리는 방법을 익히고, 미래나 커리어를 고민하고, 가족을 책임지고, 가정을 돌보고, 지금 하는 일에서의 퍼포먼스도 잘내고, 이거 말고도 할게 많습니다... 그래도 직장생활 좀 하고 나니까 저는 인스타 광고하고 유튜브 찍는 준 셀럽 젊은 일잘러도 멋진데 30대 40대 되서까지 열심히하는, 가족이나 책임질것도 많은데 열정있이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삶 안에서 자리를 잡고 나와 내 주위를 돌본다는 건 원래 이다지도 많은 인내와 성장, 발전이 필요한 일인가 봅니다.

 

5. 이제까지 열심히 달려오고 치열하게 살아서 이제 좀 보상받고 싶은 마음 들수도 있겠죠. 지난 몇개월간 제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 이거 보상 맞긴 맞는데, 솔직히 이정도 보상으로 우리가 100세 시대를 살 수는 없는 것도 맞습니다.

 

우린 여전히 젊고 어리고 미숙합니다. 모르는거 많고 충분히 다른 것도 많이 해봐서 자신의 range를 넓혀야 합니다. 또 이쯤되면 3년차 됬고 나는 ~~ 영역이랑 안맞는다 이런 말 하면서 스스로 본인의 바운더리를 그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우리가 무작정 덤벼봐야되는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할거면, 안맞는다고 결정 내릴거면 미친듯이 죽어라 해보고 포기해도 안늦습니다.

 

인생 길고 아직 저희 많은 시간을 살아내야 합니다. 지금 조금 3년차라고 살만해진 거에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엔 이제까지 우리 너무 열심히 살았고, 여기서 멈춰서 삐대기에는 앞으로 나아갈 날이 너무 많습니다. 이 알량한 걸로 평생은 못갑니다. 저희 지금 한창 바쁘게 살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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