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생활기

살면서 정말 필요한건 칭찬이 아닌 맷집일수도

0. 무심코 지나가는 말이 내 마음에 탁 박힐 때가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 어떤 맥락의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 한마디만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작년 가을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뭘 하고자 한다면 사실 욕을 먹을 수도 있고, 반대를 마주할 수도 있어요.
근데 그냥 맷집 있게 가지고 가면 되는 거에요."

1. 맷집이 필요한 순간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 할수도 있고

내가 꼭 실수하지 않더라도 상황이 꼬여서 그게 내 잘못으로 책임져야 될때도 온다.

 

뭔가 나이들수록 후자의 상황이 많아지는데

이러이러해서 나도 잘못 없어, 라고 빠져나가는 것보다(이러면 정말 사람이 얄팍해 보임)

상황을 매니징 하지 못한 것도 내 잘못임을 묵묵하게 가지고 가는 게 쉽지많은 않은것 같음.

 

2. 칭찬의 함정은 남들의 시선, 남들의 기준에만 연연하게 된다는 거다. 내가 과감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서 한편으로는 주위의 시선에 상처받았지만 칭찬받자고 내 의견을 접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한켠의 쓰림을 떠안고 진짜로 계속 덤빈게 지금의 나를 많이 만들었다.

칭찬으로 본인의 성장을 이끄는 사람도분명 있겠지만 난 아니었으니까. 어렸을땐 지금보다도 맷집이 더 없어서 그냥 맘 한켠으로는 계속 울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좀 많이 안쓰럽다. 일평생 상처하나 없이 살수 없으며 상처를 받더라도 의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그땐 몰랐다. 

 

3. 한숨만 푹푹 내쉬며 야근하던 어느날, 얼굴만 알던 옆옆 팀 어떤 부장님은 밤늦게까지 통화하며 말했다.

"아 그냥 해! 해결은 해야 되잖아. 그냥 내가 욕 한번 먹을게."

그때만큼 그 부장님이 좋은 사람 같아 보인 적이 없었다. 

 

힘들어만 한다고 해결 되는 건 아니고 차악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럼 그냥 잘못했다고 말하고 욕먹으면서 가야 된다. 그 길을 용감하게 선택하고 묵묵하게 가는 사람이구나. 징징대지 않고 자기 잘못임을 시인한 후 사과하고, 딱 맺고 끊고 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얼마 없다. 다른 사람의 상황까지 본인의 잘못으로 욕먹고 가주는 사람은 더 적다. 그런 얼마 안되는 사람과 내가 일하고 있구나. 얄팍하게 본인의 공을 주위로 넘겨대는 그 어떤 선배보다 배울 점 있는 인생선배라고 생각했었던 밤이었다.

 

4. 가만보면 인간은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다"라는 명제는 인정하면서

"그러므로 나도 불완전하다" 라는 명제는 잘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시행착오는 있을수밖에 없고 실패도 해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칭찬을 많이 받을까보다 내가 실수한 순간 강단있게 이겨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하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불완전한 내 주위 사람이 잘못을 했을때 받아주는 유연함과 함께.

 

"사람이다 보면 (바둑) 한, 두수 잘못 둘 수밖에 없어요.
내가 책임 지고 가는거에요."

- 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