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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tion

교환학생 때 친구를 만나러 인도네시아에 가보았다

Epliogue- 1 year after Singapore

*원문보기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166

 

0.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책으로 읽어서는 절대 배울수 없다.

그저 본인이 사회의 약자가 되었을 때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난 항상 한국에서 잘하는 사람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나보다 더 열심히 살고 빛나는 이들을 만나

기존에 없던 자극과 에너지를 꽉 채워오는 순간. 그 순간이 나에게는 싱가폴이었다.

 

1.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나면, 라이사와 케빈을 만나러 인도네시아에 갈게!

 

그 무모하고자 꿈에 젖었던 약속을 실현시킨 순간,

난 다시 싱가폴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제시가 된 것 같았다.

2년간의 인턴 월급을 모아 스스로 힘으로 유학을 가보겠다는 무모한 목표를 실현했을때,

그때 난 참 반짝였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3학년이었던 친구들은 나름의 삶에서 발전해 있었다.

Amalia는 이미 졸업해 미국으로 간 뒤였다. 이제 Raissa는 졸업 논문을 준비하며 영국으로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했고, Kevin은 졸업논문을 끝낸 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떠나 있었던 지난 시간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어색함 없이 그저 친구였다.

 

2. Yogjakarta는 자바섬 중앙부의 특수 주(State)로 하나로 많은 유적들이 모여있다.

요그자카르타, 라고 읽지만 이 도시의 모두는 족자카르타 라고 읽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족자카르타 대표적인 유적, 보르부드르 사원

 

있는지도 모르는 도시는 제일 좋아하는 친구들이 사는 도시가 되었고,

그 특별함을 그저 놓치고 싶지 않아 무모하게 그저 그들을 만나겠다는 이유로 여행을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로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쓰지만 진정으로 다름을 이해하고 미처 짚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내 서투른 순간을 보이고 모르는 것을 깨닫는 것이 무섭거나 창피하지 않고,

그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3. 사람이 제일 안정감을 느끼며 발전하는 순간은

내가 대책없는 실수와 도전을 저지를 때마저도 포용해주는 이들과 함께하는 때가 아닐까.

 

대책없이 아무런 계획도 가지지 않고 여행을 왔을 때 Kevin은 걱정 말라며 새벽 1시 50분에 족자카르타 기차역에 나와서 자기 오토바이 뒤에 날 태워 엄청나게 단 음료수를 한잔 사준 뒤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

대책없이 개떡같이 영어로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은 Raissa는 자기 학교의 카페테리아에서 학식을 사 주며 국제처 오피스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말해 줬다.

 

내 인생에서 의미있는 자극을 주며 실수를 해도 그저 웃어 넘겨주는 사람들.

 

3-1. 그저 여행자가 아닌, 그들의 삶의 궤적 안에 들어가게 되어 좋았다.

캠퍼스 투어를 하고, 도시 유적에 얽힌 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Universitas Gadjah Mada 학생들이 진짜로 주말에 놀러나가는 카페에 가고,

야밤의 포장마차 비스무리한 곳에서 전통 차를 한잔 사서 나눠 마시며 인도네시아 대학생인 척을 했다.

 

오토바이는 대학 때 기숙사에서 신학관까지 세현과 민석이 태워주는 것만 타봤던 내가

현지인처럼 gojek과 grab 으로 bike taxi(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가고 택시보다 훨씬 싼 운임을 지불)를 타고 다녔다.

 

사진 출처 = https://www.zoplay.com/web/gojek-clone/

 

4. 족자카르타는 괌이나 발리처럼 팬시한 여행지는 아니다. 찬찬히 들여다 보아야지만

이 차분하고 조용한 도시는 자신의 매력적인 빛깔을 언뜻 비쳐 준다.

 

이 잔잔하고 깊은 성정을 가진 곳을, Kevin과 Raissa가 없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보물 같은 곳.

이상한 일이지. 몇년 전만 해도 전혀 모르던 곳이, 친구들로 인해 가장 소중한 곳이 되고,

배낭여행자의 성지인 이곳에서 호흡을 고르며 한국에서의 스트레스를 모두 덜어낼 수 있다는 건.

 

싱가포르의 여름 교환학기에서 만났던 반짝임을, 계속해서 삶 속에 녹이고 싶었고,

다소 무모하게 인도네시아의 외딴 섬에 오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고생과 고생을 거듭해 싱가폴에 가게 된 것도, 그리고 Kevin과 Raissa, Amalia를 만나게 된 것,

결국 내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숨쉬는 지금.

 

돌아와 생각해 보니 이 말을 Raissa와 Kevin, Amalia에게 해주지 못했구나.

지난날 울고 넘어지고 고민했던 시간의 이 순간을 위한 과정이었다면,

그 힘듦을 내가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다행이야.

 

우리가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용감하게 세상에 도전하며, 언젠가 각자 인생의 길이 다시 교차하기를 바라.

 

떠나는 순간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요그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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