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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tion

20대 후반이 보면 좋은 영화, Once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내 나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힐 때가 있다.
인생의 경험치가 쌓여서 읽을 때 더 깊이 알 수 있는 책도 있고, 
어려서 새콤달콤한 감성에 젖을 수 있는 때 읽어야 하는 책도 있다.

 

감히 평하자면 Once는 20대 후반에 보면 좋은 영화다.
투박한 카메라 흔들림과 담백한 노래의 저예산 독립영화가 어느정도 나이 든 나를 맞아 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k8mtXwtapX4

 

꿈을 잊고 살던 여자와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 아일랜드의 저소득층 삶 속에 남녀의 노래가 민들레 처럼 피운다. 두 주인공들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은 영화. 서로에게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거나, 딸이 있다거나, 더블린에서 가족들을 책임져야할 생계전선 같은 것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떄문이 아닐까. 그저 서로를 알아주는데에는 심지어 이름조차 중요하지 않았기에.

 

저예산의 조명없는 화면과, 흔들리는 서투른 구도의 촬영이 그저 아름답고 사실적이다.

여과 없이 투과된 담백함, 그 담담한 절절함. 부족하기에 비로소 두 남녀의 이야기가 완결된다.

 

런던으로 함께 떠나자는, 마지막으로 저녁에 음악을 함께 듣자는 남자의 제안을 결국 여자는 거절한다. 남자가 떠나면서 선물해준 피아노를 치다가 여자는 문득문득 남자가 생각이 날것이고 남자도 따듯하고 담백했던 추억의 순간 속에서 살 것이다.

 

그를 사랑해?(milujes ho?) - 너를 사랑해(miluju tebe). 끝내 miluju tebe 의 뜻을 알려주지 않았던 여운.

 

어쩌면 그 잠시 한번으로 충분할 수 있는 사랑도 있다.

어렸을 땐 사랑이 처음이어서 그게 처음이자 끝인줄 알았다. 내 자신이 소진되는 것도 외면하면서 모든걸 줬고 지쳐갔고 속도를 조절하지 못했다.

 

그 급한 속도에 걸려넘어져 세게 넘어졌고 시간으로 겸손해 진 지금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한 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내가 순간에서 완결되는 사랑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상대방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아도, 이제까지 바래왔듯 결과로 완성되어 꼭 내가 다 가지지 않더라도.

 

만나게 될 누군가가 종교와 직장과, 자신의 환경에 있는 그런것들을 선택한다 해도

오렌지 햇살을 볼때마다 함께 했던 순간이 살아 쉰다면

그 한켠으로 마무리짓고 계속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진짜 살아가는 삶이란 이렇듯 먹먹하고 반짝이는 순간들의 집합이다.

할리우드의 돈을 흠뻑 묻힌 액션이 조금 지치고, 로맨틱 코미디의 이야기 플롯이 영화 시작부터 보일 나이, 한번 실패를 해봤고 점점 레트로 감성의 옛날노래가 좋게 들릴 때.

사회초년생으로 살면서 내가 생각했던 사랑이나 이상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커피와 즐길 수 있을 달콤 씁쓸한 여유가 조금 생겼다면 원스를 다시 보세요. 처음봐도 좋아요.

 

음악이 이야기를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
- 이동진 평론가

 

*원문보기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256

 

20대 후반이 보면 좋은 영화, Once

BGM- Falling slowly |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내 나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힐 때가 있다. 인생의 경험치가 쌓여서 읽을 때 더 깊이 알 수 있는 책도 있고, 어려서 새콤달콤한 감성에 젖을 수 있는 때 읽어야 하는 책도 있다. 감히 평하자면 Once는 20대 후반에 보면 좋은 영화다. 투박한 카메라 흔들림과 담백한 노래의 저예산 독립영화가 어느정도 나이 든 나를 맞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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