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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tion

[서평] 스타트업 이직러에게 추천하는 "프로덕트 오너 (김성한 PO)"

미리 애기하자면, 오늘 포스팅은 서평 반 + 이직 썰 반 예정입니다 :) 

 

저는 지난 4월, 2년 넘게 재직 중이던 외국계 IT 기업에서 국내 IT 기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둘 다 AI를 전문으로 하는 B2B 기업인데다, 이직한 기업도 외국계 만큼이나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실 업무 문화에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오산이었습니다. 들어오고 나니 차이가 정말 크더라고요. (!!!!)
전 회사가 국내에 터를 잡은 지 오래 되어 보수적인 한국 문화를 답습하고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이직한 회사가 전통적인(?) 스타트업 문화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제가 알던 "개방/수평/유연"의 의미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말 상상 이상으로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여러 모로 적응하는 데 2개월은 소요된 것 같습니다 :)

어째서 공식적인 글에 이모티콘과 밈이 난무할까? 왜 팀장님께 존칭을 안 붙일까?? 무수한 동공지진의 날들.gif


그렇지만 업무하며 외국계 vs 국내 회사의 차이점을 가장 크게 실감한 것은,
바로 회사 내부에 "제품 개발 조직"이 있다는 건데요.
외국계 기업은 이미 외국 본사에서 만들어 놓은 제품을, 그대로 가져다 팔기 위해 존재하는 "국내 영업 지사"인 만큼, 영업 조직이 많은 힘을 쥐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이상, "개발 프로세스"를 경험할 일도 많지 않죠. (거의 무지합니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은 직접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기획, 개발, 디자인 등 제품 조직(특히 개발 조직)의 힘이 강력할 뿐 아니라, 비개발자인 영업/마케팅/사업 조직 또한 기본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알고 있고 또 알아야만 합니다. 배포 일정에 맞춰 새로 출시된 기능에 대해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대외적으로 홍보도 해야 하니까요. 


저 또한 이 곳에서 처음으로 기획, 개발 등 제품 조직과 함께 일하며, IT인으로 부끄럽지만 배포 프로세스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QA가 이렇게 범용으로 쓰이는 단어인 지도 처음 알게 되었고, 앱 깔 때마다 귀찮게 업데이트하라해서 화가 났던 제 자신을 돌이켜도 보기도...<- 심지어 이게 배포인지도 첨 알았어요^^)
그리고 업무를 하며 Scrum, Sprint, Jira, WBS, OKR, CBT, In house 등..  모두가 숨쉬듯 사용하고 있는 스타트업 용어(?)의 홍수 속에서 한동안 허덕이기도 했는데요. 
(저희 팀은 개발 조직이 아닌 데도 Scrum, Sprint를 하는 것을 보고, 그래 이게 스타트업이지! 느꼈습니다..)

이 때, 이 블로그를 운영하며 선물받은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프로덕트 오너"라는 책을 참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단순히 직무로서의 PO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IT 스타트업 업무 문화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용어들,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려주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업무 문화와 방식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와 같이, "갖다 파는" 외국계 기업에서 "가내 수공업하는" 국내 기업으로 이직하신 비개발자 분들이 참고하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2가지 포인트를 가져와 현재 업무와 버무려 애기해 보려합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중요한 스타트업 용어와 업무 방식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다룰 수 있도록 해볼게요. (화이팅..!) 

 

프로덕트 오너 - YES24

왜 하버드 MBA 졸업생들이 프로덕트 오너가 되려 하는가?프로덕트 오너가 하는 일과 필요한 자질은?지금 글로벌 IT 기업들은 PO 영입 전쟁 중이다!쿠팡의 프로덕트 오너가 말하는,감동적인 서비스

www.yes24.com

 

 

1. PO의 역할

PO (Product Owner)는 특정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안에서 사용되는 모든 앱은 프로덕트로, 그걸 책임지는 사람이 PO이다.
... 큰 틀에서 PO는 고객과 회사가 각각 필요로 하고 추구하는 목적 사이에서 최적의 개발 방향성을 설정한다.
... PO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질문에 대답하고,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일단 저희 회사에서는 PO라는 직무가 딱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 팀 리더 분들도 현업에서 PM, PO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애기하곤 하세요. (이게 B2B IT의 특징일 지, 이 회사만의 특징일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PO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꽤 공감합니다.
기획자, 개발자는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해도 24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사실 큰 틀에서 제품을 보고 제품의 지향점을 결정하거나 유관 부서와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예를 들어, 현재 제품이 회사의 방향성이나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지를 살펴보고, 제품에 대한 기획-개발-배포-홍보 등 전반적인 일정을 조율하며, 영업/마케팅/사업 부서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품의 "대변인" 역할까지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B2B 기업에서는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영업 부서를 지원하는 역할도 매우 매우 중요한데, 이 역할 또한 PO가, 혹은 PO 산하 조직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현재 회사에서는 저희 팀이 잠시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저의 주 업무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PO의 역할을 많은 팀들이 나눠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PM과 PO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사용할 개발물로 구현해주는 것이 프로덕트 매니저,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들거나 기존 프로덕트를 전담으로 책임지고 개선시켜주며, 고객의 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PO이다.


즉, 제품 관련 개발 총괄이 PM, 개발을 포함한 제품 관련 전반적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것이 PO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큰 범주에서는 PO가 PM보다 큰 영역으로 보이지만, 정작 PO는 개발 관련 권한이 있는 PM에 비해 명확한 "권한"이 없다는 게 심적으로는 더 외롭고 고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발, 기획팀 등 특정 조직이 소속되어 산하의 인원을 거느리고 움직일 수 있는 "리더"가 아니라, 다양한 팀들 사이의 "가교"이자,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테니까요.

 

PO가 누구보다 저자세로 임하고, 경청하며, 사실만을 토대로 설득하는 고독한 자에 가깝다.


제가 하는 업무 중 일부도 이와 비슷하다 보니, 이 말이 십분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O의 요건을 보면,
1) (like 개발자) "개발"에 대한 경험과 지식,
2) (like 컨설턴트) 데이터 기반의 논리적 사고를 통한 "설득력",
3) (like 영업) 제품의 대표자로 직원들과 미팅을 주도하거나 대내외적인 발표를 하는 등의 "리더십"과 "피칭 능력",
4) (like 일잘러..ㅎ) 무수한 업무 간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타임 매니징하는 능력, 그리고 집요함 등의 soft skills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렇게 개발x컨설팅x영업(+어시스턴트적인 운영 능력까지..)의 3박자를 다 맞춘 사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어렵다!! 똑똑하고 자신감 넘쳐야 한다!!는 내적 장벽이 생기지만,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직무임은 틀림없네요. 

 

2. 고객이 제품을 "고용한다"는 관점 

제품이 단순히 구매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이 무엇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고용했는 지 생각해봐야한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고용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각각 어떤 일을 고객을 위해 해줘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
PO는 프로덕트를 기획하거나, 개발 방향을 결정할 때, 어떤 고객이 왜 해당 프로덕트를 고용할 지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설문조사나 이미 지나간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시장 수요를 추측하는 것은 PO에게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
당장 직면한 현재의 고객이 어떤 제품을 고용하고 있는 지, 그리고 왜 그걸 선택하는 지에 대한 관점으로 분석하도록 해야 한다.


너무 인상 깊은 구절이었어요. 제품이 어떤 것을 지향해야하는 지,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경쟁자가 누구일 지?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점입니다. 

고객이 단순히 제품을 "산다", "구매한다"로만 생각을 하면, 그저 겉모습만 "있어 보이게"하거나, 가격을 경쟁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추거나, 남들 다 사는 데 안 사냐는 식의 어그로성 홍보만 죽어라 때려 놓으면 왠지 될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고객이 제품을 "고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마치 가고 싶은 회사에서 나라는 지원자를 무슨 근거로 선별하게 될 지 연관시켜 보며 더욱 생각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이 회사(고객)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자격과 경험을 갖춘 사람(제품)을 필요로 하는 걸까? 이 지원자(제품)는 어떻게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이 회사(고객)에게 고용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가장 큰 경쟁자가 기타 유수의 미술관이 아닌, 넷플릭스나 캔디크러쉬 게임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이해가 갑니다. 


마무리하며 

아직 3개월+차라 앞으로 더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만, 조금씩 기본적인 개념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계 기업 다니시는 분들 중, 우리 제품이 우리께 아닌 것 같은 아쉬움에 빠져 있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제품 관련 전적인 권한을 지닌 국내 기업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재미있고, 무궁무진한 배울 거리에 (가끔 토할 것 같지만) 깨어있는, 성장하는 기분이 듭니다.
담 포스팅에선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주요 스타트업 용어들을 현업 썰과 함께 버무려서 작성해볼까 합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지 않도록... 저를 다독이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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