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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tion

누구에게나 쉬는 시간이 필요해

요 근래 "휴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고, 이제 번아웃을 지나 더 이상 힘이 나지 않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기 때문에 쉬는 것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실질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지만 너무 오래된 고통(?)과 언제 또 다시 일감이 잔뜩 주어질 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뭔가 "쉼"이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준비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사실 그러한 것을 차치하고서라도...가장 큰 문제는 얼마 전 목격한 데이트 폭력사건-이렇게 부르기도 싫다. 그냥 "폭력"건 입니다-으로 인해 오른손~팔 반깁스 신세라는 것...뭘 하려고 해도 제약이 크다. 
(사이버 위협 글 랜섬웨어편 쓰고 있었는데 덕분에 포스트 업데이트가 늦어짐..^^깁스 풀면 부지런히 준비해서 글 써야지...)

휴학을 하는 것을 영어로 "Gap year"라고 하는데,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이러한 gap time을 갖는 것이 참 힘든 것 같다. 내가 내 시간을 조율하기 어려운 경우는 더더욱. 이번에 좋은(?) 기회로 글로벌 팀과 일을 하는데 그들은 본인들의 휴가를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매번 느끼지만 한국은 누군가의 휴가에 참 짜다. 그래도 이 힘듦은 조금은 인정해주시는 매니저 덕분에 잠깐의 유예기간을 가졌지만...반깁스때문에 뭘 하기도 어렵네. 이번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한번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제시님의 강릉 여행처럼 잠깐 훌쩍 바다보러 다녀오는 것도 생각중이다(제주도 생각했는데 요즘 제주도 확진자 수 보면 한숨만 나온다...나에게는 백만년만의 외출인데 남들은 그냥 너무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녀온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모습이겠지만, 나는 백신에 대한 선택지조차 없는 사람들인데 아직 안전불감증이 너무 팽배한 느낌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한국은 참 휴식에 민감하고 가혹한 것 같다. 당근과 채찍은 아는데 집중과 휴식은 잘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랄까. 사회가 너무 과열된 경쟁을 추구하다보니 휴식이라는 것이 "노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지게 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인 듯 하다. 사실 그 뒤쳐짐도 굉장히 주관적인 판단이고 결국 본인의 결정인데 그 결정에 대해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주변인들-그것도 보통은 친하지 않은?-이라는 것.

그 사이에서 내가 추구하는 올바른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들다. 아직까지 주니어이고,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인생의 선배님들" 이시니까. 알맞은 조언은 감사하나 지나친 참견은 사양할게요. 

그리고 원래도 자주는 못봤지만 코로나와 각각의 이직으로 마음을 나누던 지기들을 더 자주 보지 못하게 되고, 간간히 하던 소통도 더 뜸해졌다. 사람 사는게 다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그 허전함은 남아있고 그냥 견디는 과정인 것 같다. 그들과 나누던 회사의 비전, 개인의 목표, 다양한 소소한 얘기들이 그립고 그 부재가 크다. 새삼스레 이런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얼마나 자극받고 회사 및 사회를 이해하며 내 마음이 얼마나 채워지는 지에 대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목표는 이번년도 내에 휴직계 내는 것.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내가 어떻게 성장하고자 하는지 좀 더 고민해볼 것. 이 길이 아니어도 될 것이라고 스스로의 무력감을 좀 더 이겨내는 것. 그리고 운전면허 따기! 

3Q때는 다시 빡센 나날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새로운 분야에서 처음 해보는 롤과 업무가 주어질 예정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한글보다 영어를 더 질리도록 많이 읽고, 쓰고, 말하는 나날들일 것이 선하다. 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단 한번도 나에게 쉬운 적이 없었지만, 매번 도전과제를 푸는 것은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도 주어진 이상 어쩌겠어, 일단은 해봐야지. 조금 더 지나면 나에게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볼 예정이다. 비행기표 예약해놓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고된 업무를 해결해나가던 이전 모습처럼. 

어쩌면 이번에도 비행기표를 예약해볼 수 있지 않을까, 부푼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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