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 이 아티클은 회사의 어떠한 기밀사항이나 비즈니스에 핵심이 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 글은 주니어 2명의 고군분투와 새로운 시도, 삽질을 적은 글로 제가 속한 조직의 모든 프로세스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유의 힘을 믿습니다. 크몽이 자사의 데이터 웨어하우스 아키텍트를 공유하고, 당근마켓이 개발 작업기를 공유하는 것은 투명하게 탄탄한 실력을 보여줌으로 회사의 가치를 궁극적으로 높여주고 타사, 타 산업군에서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프로들끼리 업의 본질을 추구해나가게끔합니다. 두 주니어가 소속한 조직에서 새로운 물결로 조직의 성공에 기여하려는 작업기가 오해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지고, 지금 이순간에도 회사라는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디자이너, 마케터, 엔지니어, 세일즈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Contents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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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타입: eDM (광고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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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상황: 어느날 팀에서 이것좀 해보자고 했는데 처음보는 제품이라 공부부터 다시해야됨/eDM을 할지 온라인 광고를 태울지도 모르겠음/어느 Industry에 제공해야될지도 안정해짐/같이 해야되는 분들이 상상 이상으로 바빠 모여서 회의할 시간이 부족함/B2B 제품이 그렇듯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간단하고 효과적인 콘텐츠를 만드는게 기적/그냥 총체적 난국(…)
😇콘텐츠의 시작: 어느날 차장님이 이것좀 해보자고 말했다
태초의 시작은 어느날 8층 사내 카페 뭔줄도 모르고 직장 선배를 따라간 순간이었습니다. 그날부터 모든것이 잘(못) 되었죠.
잘 지내세요? 아 요새 너무 바쁘네요~~~ 어디 부서에서 이런이런 숫자를 했다더라 와 장난아니다 어떻게 그렇게하지? 근데 그 협력사 그분 결혼하셨더라고요~~ 중에 갑자기 차장님이 아래와 같이 훅 들어오셨습니다.
“근데 대표님, 저희 제품 중에 이런게 있거든요. 혹시 콘텐츠 만들어서 한번 예상 고객분들한테 디지털 세일즈 해보면 어떨까요?”
차장님이 소개해주신 제품은 IBM InfoSphere Virtual Data Pipeline(VDP) 라는 것이었고 국내에서는 사용이 그리 많지 않은 다소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이게 뭔고 해서 좀 스터디를 해보니까 IBM VDP는 앱 개발과 배포를 여러 번 + 빠르게 해야 하는 고객사에게 알맞았습니다.
보통 개발 팀에서 새로운 앱 버전을 만들면 바로 출시하는게 아니고 돌아가는지 테스트를 합니다. 테스트 DB를 사서 결과를 보고 앱업데이트를 하던지 업데이트를 미루겠죠. 테스트 DB를 사용 할 때마다 라이센스 비용이 과금됩니다. 다만 IBM VDP는 하나의 DB를 카피떠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테스트 DB를 그때그때 구매하는 것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작업+Cost-saving 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커피 멤버 3명은 빠르게 앱을 개발하고 배포해야 하는 게임 및 IT 서비스 회사를 주 타겟으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 문제
8층 커피 멤버 3명은 이런 저런 제약 속에서도 일단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과제를 해결하려면 그 과제를 이루기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들을 정의해야 하죠. 콘텐츠 제작을 맡은 제가 정의한 주요 문제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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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소개자료가 제품의 특성을 잘 전달하지 못함 (어렵고 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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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도달하고자 하는 업계의 Contact DB가 정교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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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개념을 정확하고 간결하고 임팩트있게 전달해야 함
📧 Email is still working
대부분의 기술 회사들이 마케팅 할 때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기술 백서를 만들고 다운 받을 때 개인정보를 입력하게끔 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100장짜리 8포인트 영어로 씌여진 기술 백서가 효과가 좋을리가 만무합니다. 그럴 시간에 그냥 5분짜리 잘나가는 엔지니어의 유튜브 직접 해본 영상을 보는게 낫죠.
(잘 검색도 안되는 사이트에 어려운 백서와 수백장짜리 PPT를 올려놓고 고객한테 연락이 오기를 바라는 건 기적이 아니겠느냐고 저는 2년 전 면접에서 말했고 더욱더 기적적으로 전 이 회사에서 일을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제품군이 국내에서 생소하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걸 검색해서 이 제품의 콘텐츠가 노출될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Outbound로 제품의내용을 잘 정리한 광고 메일을 보내고 고객 문의를 받아야겠다고 콘텐츠 형식을 결정했죠.
이메일 마케팅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이메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셉이고 잘만 사용하면 나름의 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고 태그를 달고 전송이 되겠지만, 별도의 광고비 없이 1 to 1으로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라는 점에서 이메일이라는 포맷을 선택했죠. 이메일을 그냥 보내면 one of them 광고메일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컸고, 그래서 역으로 콘텐츠의 구성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레트로 컨셉: 이것도하고 저것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마케팅의 원론은 타겟을 정확하게 설정해서 타겟을 위한 메시지와 콘텐츠를 작성해라고 말하죠. 다만 현실이라는게 그렇게 아름답고 만만하지만은 않아서 DB 따위 일단 없거나 있어도 마구 섞여 타겟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저도 광고메일을 보내긴 보내야되는데 누구는 시니어고 누구는 실무자고 다른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봐도 모르겠는 그런 상황이었죠. 그렇다고 두개로 나눠서 보내자니 시간과 리소스가 부족했습니다. 나름 똑똑한척 하면서 아 그럼 구매 결정권을 가진 타겟에게 보내야지! 라고 했는데 차장님께서 구매 의사결정자는 또 그때그때 다르다고 말해주셨죠ㅎㅎ
아진짜 미쳐버리겠다 어떡하지ㅣ 아ㅏㅏㅏ 하면서 집에 가고 있는데(저는 이태원 옆 해방촌에 삽니다) 레트로 컨셉 사진관을 지나면서 유레카 모먼트를 만나게 됩니다. 젊은 사람들은 새로워서 재밌고 연륜이 있으신 분은 반가운 레트로 컨셉으로 만들자! 라는 생각이 든 거죠. 이영광을 집 앞 해방촌 사진관에 바칩니다.
그리고 뭔가 힙한걸 해보고 싶은데 100년이 넘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그런 콘텐츠를 만들 기회가 없었죠. 오랜만에 해보고 싶은 컨셉과 회사의 요구가 맞물려 다른 콘텐츠보다 더 재밌게 뚝딱뚝딱 제작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히.
📀키비주얼: LP판을 안다면 최소한 몇살일까
다들 아시다시피 LP판은 감성 그자체 레트로의 상징이죠. 컨셉을 숙지한 디자이너분께서 헤드 메시지도 울릉도 호박엿느낌의 폰트를 사용해서 제작해 주셨습니다.
문제는 키비주얼이었는데요. 예전에 LP 판이 있는 술집에 갔다가 그곳사장님께 SP 판과 LP 판의 역사를 그 누구보다 장황하게 과외를 받은 적이 있는데 LP판은 SP 판과 기술적으로 판이하게 개선이 되어서 이전보다 긴 길이의 음악을 녹음한 음반을 빠르고 고퀄리티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고 하더군요.
기존 제품과의 게임 체인징, 기술적인 개선 이라는 점이 맞물려서 키비주얼로 사용했는데 너무 심오한 뜻이었는지 차후 우리 회사 다른 분들은 예쁘고 재밌긴 한데 그 뜻이 전달되는 키비주얼은 아니었다고 피드백을 해주셨 습니다.
📊 추상적인 아트웍은 그만! 제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도식
사실 SaaS의 경우도 그렇지만 클라우드와 같은 인프라나, 어려운 IT 제품의 경우 어떻게 제품 장점을 전달해야할지가 애매-합니다. UX가 특출나게 예쁜것도 아니고 제품 스샷을 떠서 전달하기 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어려운 아키텍쳐를 전달하면 당연히 메일 휴지통에 처박히겠죠.
어떤 비주얼라이제이션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같은 경우 “DB 라이센스 비용이 절감된다” “그리고 그 원리”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품의 메인 셀링포인트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기술 문서와 아키텍트를 공부하고 원리를 요약하는 도식을 넣었습니다.
기밀사항을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싶었는데 최종 결과물은 디자이너분이 제작해주시기 때문에 디자이너분께 이게 뭐라고 설명해드리는 시간을 15–20분정도 가졌어요.
+이렇게 제품 엔지니어가 아닌 콘텐츠 기획자가 제품 스펙 도식을 만들 때는 제품 엔지니어분도 왜곡이나 오해여 의지가 없는지 마지막에 리뷰를 같이 해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왜 Footer는 Footer 여야만 할까: 생각의 틀을 부수는 콘텐츠의 마감
웹콘텐츠 그래픽디자인은 주로 편집디자인과 비슷하게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모션이나 영상처럼 비교적 최근의 디자인과 달리 역사가 좀 됬고 그 두 영역이 겹쳐서 발전해와서 그런게 아닐까요? 사실 잘 몰라요 아시는 분은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저희 기존의 광고메일은 Footer 부분에 인사이드 세일즈 분들의 연락처를 잡지 디자인의 Footer와 비슷하게 자그하게 넣곤 했어요. 아마 타사의 광고메일에서도 비슷한 구성을 많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물 편집 디자인의 경우 원작자 정보의 위계가 낮아 최하단에 밝히기만 하면 되지만, 우리 광고메일의 제품 문의 연락처는 사실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 왜이렇게 작을까? 라는 생각이 든거죠! 그 즉시 디자이너님과 아래와 같이 Footer를 재제작했고 @mailto 와 @tel HTML 태그를 달아 클릭하면 바로 문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깨알같은 해시태그 마이크로 카피 혜진 디자이너님께 리스펙을👍
💻 사용 협업툴: 모두의 수명을 지켜주는 트렐로
개발이나 디자인같이 하나의 결과물을 계속계속 빌드업해야하는 속성의 일은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죠. 무한루프에 갇혀서 디자인 수정 코멘트가 서로 번복되고 자가당착식으로 부딪힌다면 디자이너의 수명은 30대에서 끝나고 말겁니다.
(참고 아티클-Email is Never Enough for Design Work)
medium.com/pixelic/email-is-never-enough-for-design-work-4dcc7ffb33a3
트렐로 엔터프라이즈 계정을 사용해서 세일즈, 테크니션,저와 디자이너님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보드를 만들었어요. 여러명의 코멘트가 한 눈에 보이니까 모두가 같은 책의 페이지를 볼 수 있었죠. 그리고 문서화가 되다 보니 디자인 컨셉에 기분따라 훈수두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도 본인의 말이 바뀌는 것이 보이거든요.
eDM 발송 후에는 카드에 결과를 적어주었고, 디자이너분은 디자인 자체만 하는게 아니라 디자인 작업물에 대한 시장 반응을 체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무리 — 장인정신은 누구나 필요하다
조직 규모가 어느정도 있는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회사가 시스템으로 돌아가다보니 솔직히 누구 한명 못해도 그렇게 티가 안나고(같이 일하는 사람끼리는 물론 티가 많이남) 열심히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다는 걸요. 그런데 이렇게 뭉개다 보면 어떤 과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도 없고 성장하는 분위기도 없고 그 어떤 분위기 없이 그냥 위기만 있는 그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일이라는게 수많은 프로세스와 과제를 멱살잡고 끌어야되다보니 힘들기도 하고 콘텐츠가 개떡같아도 실장님이 찰떡같다보니 나는 적당히 해도 되는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로 제품을 팔려면 수많은 관점에서 끝까지 고민을 해야됩니다. 적어도 제 생각엔 그런 것 같아요.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잡을 수도 있고, 대충해도 어떻게든 되겠죠. 다만 그렇게 뭉개다 보면 우선 나 자신의 경쟁력이 없어지고, 내 동료와 우리 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아지고 콘텐츠를 통한 세일즈 라는 분야 자체가 발전하지 못합니다. 지금 이 순간 고민의 정도로 내 단가가 정해지고 있습니다. 장인정신은 에이전시나 스타트업에만 있는게 아니라 지금 내 손에서부터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이거 만드느라 힘들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이거 한개 해보겠다고 일을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기도 하고 사직서를 작성할뻔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함께해주시는 분들도 바쁜 중 힘을 모아주시고 끝까지 협업 잘해주셔서 그분들 아니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이자리를 빌어 권혜진 디자이너님 최명흠 차장님 김진솔 대표님께 압도적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ㅠ 저희 성공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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