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Note/서비스 or 제품 리뷰

아마존 프라임으로 본 HBO 실리콘밸리 시즌6 감상기 (*스포 있음)

_Jessietheace 2019. 12. 30. 18:03

*원문보기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213

0. 원래 미국에서 개봉 시작한 10월 24일부터 본방사수하면서 보고싶었는데 그때 회사일도 그렇고 개인적인 사이드프로젝트때문에 역대급으로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왓챠플레이가 미드 실리콘밸리를 시즌 4까지 판권을 수입했고 5,6은 아직 국내에서 볼 수 없다. 물론 어둠의 경로를 이용하면 일부 방법이 있는 것으로 보임..

흑흑 좀 덜 바빠진 다음 너무너무 실리콘밸리 시즌6이 보고싶어서 맨처음 택한 방법은 미국 VPN으로 접속해서 HBO Now 앱으로 드라마를 보는 것. 물론 무료 VPN은 구려서 드라마를 스트리밍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더러 HBO NOW 앱은 너무 쓰레기였다. 자꾸 끊기고 UX도 너무 불편함. 미국 앱스토어에서 평점 2.4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찾은 대안은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국내 아마존 프라임 아니고 미국 서비스로 이용해야됨. 국내용 서비스는 실리콘밸리 IP가 없어서 볼수 없다.) 아마존 프라임 진심 콘텐츠도 그렇고 화질 UX 전부다 갑이다. VPN으로 봐도 끊김없이 1080P 지원하는 미친 서비스. 만약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한국에서 구독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 미친 화질은 감동 그자체 (출처=HBO)

 

아마존 프라임 한국에서 이용하는 방법은 다음편 글(아마존 프라임을 한국에서 야매로 이용하는 법)에서 세론합니다.

 

1. 각국 드라마 챙겨보는거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내 최애 드라마채널 HBO. 역시는 역시다.

엉엉 ㅠㅠㅠ Sex and the city 이후 인생드라마가 된 실리콘 밸리는 전 시즌 에피 5번씩은 봤는데 진짜 행복했다. 로맨스라인 없이도 하이퍼리얼리즘 묘사와 특이한 소재, 유머러스함으로 공감대 가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도 좋았음. 웰메이드는 꼭 로맨스가 아니어도 가능하다ㅎㅎ

 

HBO 콘텐츠의 드라마 오프닝화면. 넷플이나 왓챠같은 OTT에서 한번씩은 다들 봤을 ㅎㅎ

 

IT회사, 특히 스타트업 이나 창업 초기회사를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PiedPier의 에피소드를 지켜보고 있다 보면 "진짜 저래" 라는 말이 나온다. 코드밖에 모르는 사회성부족 CEO 리처드 헨드릭스, Tab과 스페이스를 가지고 부심 싸움하는 개발자들, 신기술을 도입하기에 벅차하는시장과 뒷통수를 못쳐서 안달하는 사람들.

IT 스타트업 씬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이 드라마 진짜 추천한다. 인생사 진심 어디로 튈줄 모르고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2. 시즌 1-2는 응원하는 느낌으로 봤다. 작년에 처음 이 드라마를 알게 됬는데 뭔가 그때 스타트업 다니고 있고 그 직전 년도에 창업도 겪어봤어서 공감가는 점들이 많았었다.

공감으로 보고 비즈니스적으로 안봤던것 같다.

리처드 헨드릭스 저래가지고 이 험한 세상에 사업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좋은데 싫었었다 ㅋㅋ 인간적인 자존심으로 자꾸 일을 그르치고 일보다 사람을 앞세웠으며 정으로 마음 약한 선택을 했으니까.

사실 어쩌면 시즌 1에서 주겠다던 10 miilion dollars를 받지 않고 개고생하는 창업을 해보겠다는 선택 자체가 비이성적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선택일 수도.

 

시즌 1-5에 거쳐서 풋내기 창업가 리처드와 풋내기 스타트업 Pied Pier를 실제로 우연들이 많이 구했다. 사실 비즈니스에서는 리스크를 헷징하고 우연에 기대는 걸 최소화해야된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 볼때는 리처드를 판단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리처드와 얼릭박만의 crew가 성공하기를 같이 바랐다.

아니면 모두가 이익에 미치고, 세상을 더 나아지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소비자를 기만하고, 도덕이나 윤리적인 가치관을 던지고 개자식이 되어야만 성공할수 있다고 말하는 IT 업계에서 내심 리처드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라는 바램이 내 마음 한켠에 계속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고 나도 불완전했기 때문이었을까. 정감가는 친구들의 고군분투 창업기 느낌으로 봤다.

 

 

3. 사실 시즌6은 실리콘밸리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도 그렇고 press에서도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걸 미리 다 말했다.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봐서인지 이 캐릭터들하고 헤어지는 느낌으로 봤다. 재미는 1-5에 비해서 떨어진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1-5의 총정리 느낌이 있긴 있다

피터 그레고리 오랜만에 다시 봐서 만가웠고 명언 제조기 얼릭 박만 마지막까지 못봐서 아쉬웠다. 얼굴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깜짝 놀랐던 마지막 에피소드에 카메오로 나왔던 실제 빌게이츠 ㅋㅋ 마지막 스페셜 에피소드는 유튜브에도 공개되었는데 아래영상에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ab1H602yc_Y?t=49

 

시즌 6은 사실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었다. 수많은 외부/내부변수로 실패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많고, 몇년여를 풍미했던 기업(Hooli 같은)도 스러진다. 영원토록 도전할 것 같은 이들도 나이가 들고 대부분 실패를 거쳐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 이들이 성공하길 바랐지만 사실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들의 다소 실망스런 엑싯은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해외 커뮤니티나 포럼에서 실망스럽다고 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너무 갑자기 마무리되어서? 도 있지만 리처드의 결정(AI로 인류를 위기에 처하게 하기보다는 지난 6년간의 노력이 담긴 제품을 파괴하는) 이 비현실적이라서다. 모든 테크 회사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익을 포기하는 기업은 사실 거의 없으니까. 

 

4. 위의 유튜브 링크에서 볼수 있는 특별 영상에서 보면 10년 후의 캐릭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다소 지쳐보이기도 하고, 늙어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빛이 바래보여서 좀 아쉽다. 힘들고 대책없는 지난 6년간 동안 그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그 순간에서 나오는 마법과 함께했기 때문이겠지.

성공하는 VC의 유능한 직원이었던 모니카가 다소 시시해보이는 비영리기구에서 일하고,
누구보다 날렵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재러드는 노인 요양소에서 일한다.
실망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지 않는 10년 후의 모습은 그들이 함께 모여서 일하던 시절을 역으로 더 빛나게 한다.

세상에 한 획을 그어보겠다던, 이게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던 피터 그레고리, 리처드 헨드릭스, 길포일, 디네시, 제러드, 모니카의 도전은 허무하게 끝났지만 그래도 그 과정까지 허무하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일자리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지만,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마법같은 기회는 흔치 않잖아요" 라는 재러드의 말대로, 하고싶은 일을 하던 그들은 지난 6년여 동안 정말 빛났었으니까.

 

5. 지난 6개 시즌을 보면서, 2014년부터 6년동안 시청자들은 캐릭터들과 함께 울고 웃고 답답하고 응원하면서 Pied Piper 와 행복했다.

편하고 안전한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후회없이, 다소 위험할정도로, 대책없이 솔직하게 사는,
한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전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실리콘 밸리 사람들"이 다같이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당신이 정말 실리콘 밸리에 있든, 실리콘밸리 지구 반대편에 있든 그건 상관이 없다.

만약 드라마나 이 글을 봤다면 성공과 실패는 잠시 미뤄두고 샴페인 잔을 채워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맥주나, 혹은 밤 12시의 커피로 서로에게 건배해준다면,
우리 모두에게 심심한 위로가 되어 줄 것 같다.

어리석은 도전에 모든 걸 바치는 세계 각지 전우들을 위해, 오늘의 4번째 커피와 이 글을 바칩니다.

 

 

++ 최애드라마의 끝ㅠ 그래도 난 역시 4명이 얼릭박만의 집에서 투닥투닥 삽질하던 시즌 1-2가 제일 좋다 ㅎㅎ

Source=Gi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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