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마트폰을 지배하는가, 스마트폰이 나를 지배하는가 |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후기
안녕하세요, 에디터 푸린입니다!
여러분은 스몸비(smombie)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2020년 전후에 등장한 신조어로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입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걸을때든 서있을 때든 스마트폰만 예의주시하며 느리게 행동하는 사람들/위험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다들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전혀 고개를 돌리지 않는 모습에 대한 풍자임과 동시에 우려를 표하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효도폰마저 스마트폰이 나오는 시대로,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생활할까 또는 이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는 이 작은 기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름도 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영화로,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입니다.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도 개봉되었고 한국에서는 2월 17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했는데요. 뭔가 제목만으로도 기괴한 느김이라 개봉되자마자 바로 보진 않았는데 얼마 전 시간이 나서 미루고만 있던 영화 감상을 해 보았습니다.
※ 스포 없음 ※
<넷플릭스 연결 페이지(예고편 포함)>
https://www.netflix.com/kr/title/81640988
<시놉시스>
스마트폰을 분실한 여자와 그것을 주운 위험한 남자. 남자는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녀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공식 시놉시스 및 포스터만 봐도 뭔가 소름끼치고 섬찟한 내용입니다. 누군가가 내 스마트폰을 주워서 나인척 한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연루되어 있다? 오히려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일이기에 어떤 내용이 나올 지 두려워 보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있죠.
※ 본 아티클에서는 내용 설명을 많이 하진 않을 내용이며 주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를 남길 예정입니다. 또한, 공식 컨텐츠는 캡처가 불가능하므로 공개된 정식 컨텐츠 및 포스터만을 활용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후기>
사실 이런 컨텐츠들은 한두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원작이 되는 일본 소설은 2016년에 출품 및 2017년 출간작이며, 동명의 영화(일본 영화)도 2018년에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소개하는 우려는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개인정보의 유출 및 도용 등이 이슈화된 때부터 이미 우리가 인지하고 있던, 그러나 편리함에 취해 살짝 눈감고 있던 문제의식이자 현재진행형인 걱정거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스마트폰과 그 기계를 이용한 서비스는 우리의 삶에 더욱 깊숙하게 침투했습니다.
스마트폰은 개인이 사용하지만 더 이상 개인의 영역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임과 동시에 남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미 수많은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요즘같은 마이데이터와 서비스 연동의 시대에서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통해 서로 다른 플랫폼들이 데이터를 주고 받습니다. 이러한 "Connected" 세상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플랫폼 제공자들이 먼저 시스템적으로 안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한 규제가 필요한데 늘 규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더디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혹은 일반 사용자들이 조금 더 신경써야 할 것들이 생깁니다. 어쨌든 사용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신경쓰느냐? 라고 한다면 결론은 아주 기본적이며 때로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권고들로 귀결됩니다.
-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공유하거나 기록해두지 말 것
- 가능하면 비밀번호는 플랫폼마다 다르게 설정할 것
- 애플리케이션의 권한을 최소한으로 축소할 것
- ++ 혹시라도 포렌식할 때는 웬만하면 원본은 그대로 두고 복제본을 만들어서 조사할 것
제가 최근에 휴대폰을 바꾸면서 이전에 쓰던 앱들을 옮기거나 새로 다운받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면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권한을 주요 앱들에 대해서 체크를 해보았는데요. 생각보다 수동으로 권한을 제거하지 않는 한 기본으로 할당되는 권한들이 꽤 있었습니다. 마이크, 카메라에 대한 권한을 포함해서요. 앱스 화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앱이 아니더라도 백그라운드 앱들 혹은 OS 자체적으로 구동되는 앱들까지 합하면 수백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손바닥만한 작은 기기 안에 들어 있습니다. "어차피 내 개인정보는 너무 많이 팔려서 헐값이야"가 아니라 "더 이상 내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로 사고가 전환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 스틸컷의 장면은 비록 연출된 장면이지만, 연출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다만 위에서 찍은 항공샷이라는 것이 차이일 뿐) 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이 장면에서 섬찟함을 더 크게 느꼈는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스몸비"라는 단어가 의식할 새도 없이 머릿속에 딱! 박히는 순간이었달까요. 이제는 스몸비가 뉴노말(new norm)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나는 나 스스로와 내 삶에 통제권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어느샌가 스마트폰에 지배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에디터 푸린이었습니다.